학원 강의를 한 적이 있는 인사가 수능 출제위원에 선정된 것이 밝혀져 큰 물의를 빚고, 출제진 대부분이 특정대 사범대 출신이며 출제 및 검토위원으로 참여한 고교 교사 중 상당수가 예상 문제집이나 참고서 저자들이라는 폭로가 나오기도 했다.
한편 11월 중순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한 사설 입시학원의 이른바 대입전략 설명회에는 1만여명에 가까운 인파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참석자들은 학교보다 사설학원에서 더 자세하고 정확한 정보를 들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같은 날 오후 열린 다른 입시학원의 설명회에서도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지방고교 교사는 학생들을 이끌고 서울 강남의 학원가로 유학을 온다. 공교육인 학교 선생님이 전문가인 학원 강사들에게 자기 학생들을 넘겨주면서 어떤 생각을 할지 의문스럽기만 하다. 더 이상 학교는 학생들의 학업에 아무런 기여를 할 수 없다는 것인가.
나아가 학원 강사가 학교 선생님들보다 오히려 아이들의 성격과 특성을 더 잘 파악하고 있다는 평가들은 단지 성적뿐만 아니라 전인교육마저도 실종될 정도로 공교육이 붕괴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현상이 단지 수능을 앞둔 고교생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중학교는 물론이고 초등학교에서부터 아이들은 더 뛰어난 성적을 나타내고 눈에 띄는 특기를 익히기 위해서 학원가를 전전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이미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아이들은 수없이 학원가로 휘둘리고 있다. 학교를 마치고 난 아이들이 또래를 만날 수 있는 곳은 학교 운동장이나 동네 공터가 아니라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학원 건물들이다.
이들 학원에서는 영어와 수학은 기본이고, 글짓기나 독서 지도를 포함한 국어나 각종 특기 활동, 심지어 줄넘기 같은 일상 체육 조차도 학원에서 지도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결국 초등학교 때부터 익숙해진 학원 출입은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갈수록 그 도를 더해지게 마련이다.
공교육의 정상화는 이제 촌각을 다투는 문제이다. 아무리 사설 학원이나 고액 과외를 단속한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학교 교육의 정상화가 없이는 우리 교육의 미래는 암울하다. 장기적인 백년대계의 수립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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