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편지는 광주대교구 벌교 본당 새 성전을 짓는데 참여하고 있는 모든 은인들에게 감사드리며 도움을 청하며 보내온 글입니다.
빠끔살이, 어린 시절 장난감도 없는 시골에 살던 우리들은 돌과 흙, 그리고 풀잎 따위로 집과 부엌을 만들고서 빠끔살이(소꿉장난)를 하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물에 적신 흙을 진짜 밥처럼 생각했고, 풀잎으로 다진 것을 정말 반찬이나 아니면 국처럼 여기면서 밥먹는 시늉을 했습니다. 삶이 이렇게 현실의 여건과 관계없이 꾸밀 수 있다면 또 얼마나 좋을까…. 꿈을 꿀 수 있으니 말입니다.
낯선 본당을 뛰어 다니면서 무너진 우리 본당의 이야기를 하면서 모금을 하려고 해도 허락을 얻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꼭 다른 본당의 협조를 구해야 가난한 우리 본당의 성전이 올려진다는 사실을 알기에 확실치도 않으면서 이곳 저곳을 돌아다닙니다. 벌교본당 공동체는 제가 오던 해에 80여명이 주일미사를 참례했는데, 지금은 160여명이 나오고 있습니다.
성전을 지을 땅이 뻘밭이라 기초작업을 하기위해 파일을 300여개나 박아야 했고, 비가 오면 상습 침수지역이기 때문에 지상으로부터 1미터20센티 이상을 올려야 했습니다. 이제 제법 골조가 세워지고 성전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하루 하루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저 역시 자신을 알 수 없을 정도로 3×6미터의 좁은 컨테이너 박스에서 단식과 금식생활을 반복하면서 고민하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한 분 한 분이 별빛이 되어 저희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길을 비추어 주었으면 합니다. 우리 본당 할머니들은 이렇게 기도를 한다고 말합니다. 『불쌍한 우리 신부님과 죄 많은 이 늙은이들을 굽어보시어 죽기전에 꼭 성전을 짓게 해주십시오』라고 주님께 매달린다고 합니다.
여러분! 함께 기도해 주십시오. 그리고 우리에게 희망을 주십시오. 우리 공동체와 함께 하려는 은인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사랑 속에서 주님의 성전을 짓는 벌교본당의 보다 미소한 이 정경수 신부 올림
※연락처=(061)857-3535 벌교성당, 농협 651-01-081192 광주구천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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