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0일 주일부터 교회력으로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는 대림시기다. 교회는 세속의 달력과 다르게 교회의 전례시기에 따른 「교회력(敎會曆)」을 두고 있다. 신앙인들은 이러한 교회의 전례시기에 맞춰 한해를 살아간다.
교회력, 즉 전례시기는 대림절을 기점으로 성탄절과 사순시기, 부활시기, 연중시기로 크게 나눠진다. 교회력에 따른 신앙인들의 삶은 곧 우리의 구원자이며 스승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따르는 길이다.
대림(待臨)은 말그대로 「기다림」을 의미한다. 신앙인들의 기다림은 두가지 관점에서 해석된다. 하나는 기다림의 대상, 곧 누구를 기다리는가에 관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시기, 곧 「오심(임하심)」의 때에 관한 것이다.
신앙인들은 그 무엇도 아니고,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이 세상을 구원하실 그리스도를 기다린다. 그리고 하느님의 외아들이며 온전히 하느님이신 구원자 주님은 2000년전 인간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셨다. 우리는 그분을 하느님이시며 사람이신, 주님으로 고백한다. 그와 함께 이 세상 끝날 다시 오실 그리스도의 재림(再臨)을 또한 기다린다. 우리 신앙의 종말론적인 성격이 여기서 드러난다. 그땐 주님께서 약속하신 모든 것이 완성될 것이다.
현세를 살아가는 우리 신앙인들의 삶도 이러한 긴장관계 속에 있다. 우리 신앙의 이러한 종말론적인 견지는 「이미, 그러나 아직」 이라는 서술에 그 의미가 압축되어 나타난다. 하느님의 나라는 예수님의 일생을 통해 이미 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하느님 나라의 완성은 이 세상 끝날에 온전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이러한 종말론적 처지는 우리의 삶을 관통하고 있다. 신앙인들의 삶 순간 순간, 구석 구석에서 일관되게 작용한다. 아니 작용해야 한다. 여기에 신앙인 각자의 의지와 노력이 요구된다.
이 세상살이에 일희일비 하지만, 세상 일에만 몰두할 것도 아니요, 마치 이 세상이 전부인것처럼 살 필요도 없는 것이다. 어차피 불완전한 피조물인 세상은 완성을 향해 가는 과정에 있다. 그 완성을 믿고 바라기에 신앙인들의 세상살이는 견딜만하고 참을만 하다.
그러나 그러한 완성은 그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은총과 함께 우리의 의지적 노력과 투신이 있어야 가능하다. 피안(彼岸)의 세상만 희망하며 이 세상살이를 등한시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는 대림시기에, 위령성월의 마지막 주일에 우리 신앙의 종말론적 지향을 되새기면서 세상을 살 힘과 용기를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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