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는 백발의 노인들만이 가득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얼마 전, 어느 설문조사에서 E대생의 31%가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답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아연해지면서 떠올랐던 생각이다.
E대생들의 출산 기피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과도한 사교육비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그들은 성장과정에 있어서 지금의 사오십대 중년부모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사교육의 엄청난 융단폭격(?)을 받고 자라난 수혜자들이다. 어쩌면 그래서 더 잘 알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 나라 현실에서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인지 말이다.
지난 2001년도 국내 사교육비 총 규모가 17조6000억원이라고 한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 나라의 사교육비는 국내총생산의 2.73%로 OECD 국가 중 1위였다.
경제인류학자 「모리스 고들리에」는 『한 아이는 여성과 남성에 의해 생물학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상상과 권력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했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과도한 사교육비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요즘의 젊은이들은 사회의 잘못된 정책이 빚어낸 또 다른 희생양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출산은 결혼생활에 필요한 강제상황이 아니라 여러 옵션 중의 하나가 되어 버렸다.
잘못된 교육정책은 한 나라의 부동산정책뿐만 아니라 인구정책에까지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우리 나라도 출산억제정책에서 출산장려정책으로 방향을 바꾸지 않았는가!
아이들이 없는 디스토피아적인 세계로 우리 모두가 브레이크 없이 달려가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하다. 각박하고 힘든 현실 때문에,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하고 있는 여러 사회정책들 때문에, 하느님이 주신 가장 큰 선물인 아이들을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모두 한 번은 깊이 통찰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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