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러보면 저절로 숙연해지는 계절 11월이다. 위령성월인 이달은 결코 감상적인 것에만 머무를 수 없는 달이다. 죽음의 본질을 묵상하게되는 거룩함과 숙연함의 달이기에.
유에서 무로의 변화, 무소유의 의미, 생명에서 죽음으로의 깨달음을 간직해야 하는 엄숙함 앞에서 간청해 본다.
믿음과 죽음의 의미, 언젠가는 맞이해야 할 필연이라는 사실만이라도 늘 가슴 깊숙이 간직하고 싶다.
『사람은 단 한번 죽게 마련이고 그 뒤에는 심판을 받게됩니다』(히브리 9, 27)라는 말씀을 새겨본다. 갈잎 벗듯이 육신을 벗는 날, 우리의 영혼이 하느님 앞에 서야만 하는 절대적 운명이기에 믿음이라는 생활 속에서 죽음에 대한 묵상이 절실해진다.
하느님의 자녀로서 한해를 살아온 나만의 색은 어떤 모습일까? 아집과 욕망을 감추어 둔 채 겉모습만 화려하였고 향기는 없는 발자취는 아니었는지… 신앙인으로서 해마다 죽음의 빛깔을 미리 체험했어야 했다. 곱게 주워 사랑으로 간직하고픈 고운 빛깔은 커녕 발에 채이는 귀찮은 형상이었었다면 가슴을 칠 일이다.
통공을 청하며 연도를 통한 기도의 날들. 내 조상과 신앙의 선조들을 기리며 무소유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이 계절이 우리 곁에 있음은 분명 축복이며 깨우침을 주시려는 하느님의 섭리이시다. 소중한 11월을 지내면서 죽음적 삶이 무엇인가를 깨우쳐 보아야 하지 않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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