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매년 대림 제2주일을 인권주일로 정해 기념한다. 교회가 인권주일을 대림기간 중에 제정한 것은 대림절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인권주일 제정의 바탕과 상통하기 때문일 것이다. 즉, 그것은 방치되고 소외되고 무시당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을 되돌아보라는 의미와 함께, 무관심으로 살아온 우리의 반성과 회개, 나아가 보다 적극적인 참여와 행동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스물두번째 인권주일을 맞으며, 우리는 특히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가장 약한 존재이면서도 가장 쉽게 유린당하고 있는 인권 현장, 곧 태아들의 인권에 대해 다시 되새기고자 한다.
인권은 인간존엄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인간존엄성이란 곧 그 생명의 존엄성과 직결된다. 이러한 생명은 천부적인 것이다.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 인간이 임의대로, 편리에 의해 좌지우지 할 수 없는 생명이란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매년 150만건이 넘는 태아살해를 방치하고서 「인권」 운운한다는 것은 이 보다 더한 자기모순이 있을 수 없다.
작금의 우리 사회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질병 치료, 혹은 의술의 발달이란 미명하에 엄연한 생명체인 수정란을 임의로 생산하거나 파괴하는 것을 용인하자고 주장하고, 나아가 이런 주장을 합당화하기 위해 아예 수정란은 생명체가 아니다는 주장까지 서슴치 않고 있다. 이러한 논리는 다른 사람의 병을 고치기 위해 멀쩡히 산 사람의 장기를 마음대로 파헤쳐내는 것과 하등 다를게 없다.
논리의 비약? 아니다. 이건 양보의 문제가 아니다. 절충의 문제가 될 수 없다. 생명에 관한 문제다.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산 생명체를 산 것으로 보지 않겠다는데 무슨 합의와 절충이 필요한가.
태아살인은 가장 가까이서,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인권말살의 현장이다. 교회는 지난 2월 낙태를 허용한 모자보건법 제정 30주년을 기해 「생명 31운동」에 돌입했다. 대사회 홍보와 다양한 문화활동을 통해 생명의식 고취에 힘을 쏟고 있다.
「낙태반대운동」은 10여년전 가톨릭교회가 본격적인 불을 당겼다. 근자엔 다소 수그르든 느낌도 든다. 너무도 흔한 일이기에, 이것만큼은 신자라도 자신있게 나설 수 없어서일까.
예언자적 외침은 늘 반대받는 표적이었다. 지금의 소강상태가 「숨고르기」 라고 생각하고 다가오는 새해엔 더욱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생명운동, 낙태반대운동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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