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교황청이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외교사절을 파견한지 40년이 지났다. 40년이라는 연륜은 불혹(不惑)의 경지를 이르며 그만큼 한국과 한국교회, 그리고 교황청과 보편교회의 교류와 연대가 공고해졌다고 할 수 있다.
지난 40년 동안 우리나라는 급속한 경제 발전과 민주화를 통해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해왔다. 그 과정에서 바티칸, 즉 교황청은 한국 천주교회를 통해서, 그리고 보편적 형제애를 바탕으로 하는 사랑과 평화, 인권 수호의 정신에 따른 외교적 활동을 통해서 한국 사회의 발전에 적지 않게 기여해왔다.
교황청과의 외교관계는 정치적인 이해득실을 따지고, 경제적 동기에 크게 좌우되는 여타 나라들과의 외교관계와는 특성을 달리한다. 하지만 국제 사회에서 교황청은 우리나라의 국제 무대에서의 활동을 지지하고 지원해왔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일제의 억압에서 해방된 이후 처음으로 외교 사절을 파견한 나라가 바로 교황청이며 한국 정부가 유엔 총회에서 합법적인 정부로 승인받는데에도 교황청의 기여가 컸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 중의 하나이지만 막강한 외교적 영향력을 지닌 교황청은 특히 그리스도교적 전통을 지니고 있는 유럽과 남아메리카에서 그 정신적 권위를 높이 인정받는다.
그러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역대 교황과 교황청은 냉전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분단국가 한국에 대해 깊은 관심과 애정을 표명해왔다. 특히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두 차례에 걸친 한국 방문을 통해서 한국과 한국 민족, 한국 교회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그러한 애정과 관심은 교황의 방한 후에도 지속됐으며 특별히 지난 2000년 한국의 대통령과 교황과의 만남의 자리를 통해서 더욱 깊이 확인됐다고 할 수 있다.
교황과 교황청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또한 북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교황청은 북핵 문제가 평화적 수단에 의거해 해결돼야 하며 한반도의 평화로운 통일을 지지하고 있다. 또한 90년대 말부터 시작된 북한 식량난과 관련해 교황청은 매년 정기적인 원조를 하고 있다.
교황과 교황청은 아시아 복음화의 관건이 되는 중국과 러시아의 복음화와 함께 북한 땅에도 복음이 전해지며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가 정착되기를 지속적으로 기대하며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장년을 맞은 한국과 교황청의 외교 관계가 더욱 성숙될 것을 기대하며 수교 40주년을 진심으로 경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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