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 7시 미사시간이었나 봅니다. 저는 신부님의 강론은 듣지 않고 미사 시간 내내 예수님의 맨발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항상 보는 십자가 위에 매달린 예수님, 어떻게 생각하면 너무나 봐서 식상할 정도로 눈에 익어버린 예수님의 모습이었지요. 그 중에서도 못에 박힌 채 고단하고 창백한, 살집 없고 빈약한 예수님의 맨발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또 쳐다보았습니다.
갑자기 지난해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발이 생각났습니다. 입관할 때 수의 사이로 빛나던 그 푸르디 푸른 아버지의 발을 보며 저 세상으로 떠나는 아버지의 무거운 발걸음이 느껴져서 오열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제가 본 아버지의 발은 아름다웠습니다. 그 발은 가족을 위해 평생을 뛰어다닌 발이었으며 삶의 노고와 희생이 담겨있는 발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성당 중앙에 덩그러니 매달려 있는 예수님의 발을 계속해서 쳐다보았습니다. 그 분의 33년간의 생애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발을 보며, 문득 우리가 얻는 많은 안식과 평화가 사실은 그 발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인간적인 면에서 생각하면 힘들고 고통스러웠을 그 분의 삶이 양말 한 짝 걸치지 않은 그 맨발에, 못에 박힌 채 뒤틀려져 있는 그 맨발에 다 담겨져 있었습니다.
겨울 내내 맨발로 계실 예수님을 안타까워하면 그 분은 이렇게 말씀하실지도 모를 일입니다.
『임마누엘라, 너도 양말 한 번 벗어보렴. 신발 한 번 벗어보렴. 얼마나 편한 줄 아니? 나는 20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맨발로 있었지만 동상 한 번 걸리지 않았고 피부병도 걸리지 않았다』
『알아요, 예수님. 만 년이 지나도 당신의 맨발은 괜찮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의 발은 어둠과 고통을 이겨낸 신(神)의 맨발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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