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의 바탕이 되는 「수능」이 기어이 문제를 일으켰다. 문제 하나에 답을 둘로 처리하기로 한 것이 불씨가 되어 마침내 이해당사자들은 「수능」에 대한 감사를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이쯤 되면 「대학입학 수학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것들을 다시 살펴야 할 일이다. 사실 수학능력이 있는지의 여부를 알아보는 일은 대학에 맡겨야할 일이다. 어차피 대학마다 그 풍토가 다르고, 또 추구하는 바도 다르기 때문에 대학들이 나름대로 필요한 기준을 정하고 그에 맞는 학생을 스스로 선발해서 가르치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대학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라며 출제, 감독, 채점까지를 떠맡고 나선 지 오래이다. 교육부는 교육을 맡아서 할 대학들이 알아서 상품(?)을 광고하고 팔도록 내버려두어야 할 일이다. 다만 나라의 교육을 총괄해야하는 부서인지라 대학들이 진열한 상품이 불량한지, 또는 매점매석이 이루어지지는 않는지 따위의 공정거래에 대한 감독을 하면 된다. 그런데 어쩌자고 아무 일이나 꿰차고 나서서 뺨이나 맞으며, 나라의 백년대계라는 교육을 그처럼 망신시키며,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키는지 모를 일이다. 그런 「수능」에 대하여 어느 고등학생은 이런 말로 충격을 주었다. 『학교에서는 내신을 준비하고 학원에서는 수능을 준비한다』고. 있는 이들에게는 현실일는지 몰라도 학원에서 수능을 준비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가슴아픈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정답 시비 때문에 분노하는 학생들도 수능준비 때문에 많은 경제적 부담을 떠 안았을 것이다. 연간 13조6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사교육비, 그 돈이면 세계적으로도 그 규모가 큰 서울특별시가 한해 살림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또 교육부 1년 예산에 견주어보면 반절이 넘는다(55%)고 한다. 그 사교육비, 그것 때문에 힘들어하는 까닭은 공교육이 부실하기 때문이라며 아우성이고, 또 그때마다 중고등학교만 큰 잘못이나 저지른 양 어찌할 바를 모르며 우왕좌왕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 교육이 결정적으로 헤어나기 힘든 수렁에 빠진 건 「신자유주의」에 바탕을 둔 교육의 시장원리, 곧 「수요와 공급」 논리에서 그 큰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이에 따르면 학생과 학부모는 교육 수요자이고, 학교와 교사는 교육 공급자란 것이다. 이후 초.중.고등학교 풍토는 그야말로 시장 속이 되고 말았다.
학교에 「스승」들만 계시다면 별일이 없겠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그래서 가끔 월급쟁이처럼 사는 교사들 때문에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하지만 가르치는 사람을 일러 「선생님」이라고 불러온 데에는 「삶(生)」에 관한 것이 교육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는 바람이 담겨 있다고 볼 것이다. 그래서 학교와 학원은 분명히 다른 것이다. 그런데도 학교가 자리해야 할 본디의 의미를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우리네의 의식수준이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어느 학자는 이렇게 비판한다. 『신자유주의의 핵심인 시장원리는 학교의 효율성과 책임감을 높이고 소외된 아동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폭넓게 제공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계급과 인종의 위계구조를 재생산하고 있다. … 결국 신자유주의는 불평등 계급구조를 고착시킨다』(마이클 애플/ 위스콘신대학교수).
서울 강남지역의 중고등학교는 정상수업으로 일과를 마친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그 외의 지역에서는 「특기적성교육」이라는 초라한 이름으로 학교에서 소위 보충수업을 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경제적으로 능력이 있는 계층의 자녀들은 그야말로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고액과외를 받겠다고 하니 학교에서는 그들을 보내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싼값(?)」으로라도 학교가 그 기능을 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만 보아도 위의 지적에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나라가 살려면 교육이 바로 서야 하고, 교육이 제 자리를 찾으려면 지나치게 경제논리로 접근해서는 안될 것이다. 모든 가치의 우선에는 「하느님 모습을 닮은 사람」이 자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로, 온 국민이 정신 없이 매달리는 대학입학, 이에 대한 모든 권한과 책임은 대학에 맡겨야 할 일이다. 그리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미명아래 대학입시를 도박과 혼동하게 해서도 안된다.
끝으로, 자식의 장래를 염려하는 부모라면 「밥상머리 교육」으로 그 임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이웃에 대한 배려의 맘으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갖춰야 할 도리를 가르치며, 그 본을 부모가 직접 보여주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 하루빨리 우리들의 의식이 제 자리를 찾아야 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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