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여 날개를 달아라!
일 년 중에 자기 자신을 제일 많이 돌아볼 때가 바로 요즘 12월이 아닌가 싶다. 등에 짊어진 돌덩이가 갑자기 무거워지는 때도 바로 이 때이다.
우리들의 인생은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는 차창너머의 풍경처럼 일회적이고 불가역적이기 때문에 항상 시간의 꼬리에 매달려 안타까워하고 괴로워한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12월이 없었다면, 한 해의 마지막 달이 없었다면 우리들의 삶이 얼마나 무의미했을지.
헤라클레이토스는 「두 번 다시 같은 강물에 발을 담글 수 없다」고 했다. 일회적, 비가역적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두 번 다시 같은 체험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 체험은 일과성으로 지나가기 때문에 경험되는 그 순간은 잘 이해되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책과 같아서 회상과 반성과 추억 속에서 두 번 세 번 읽어야 그 글자들 안에 숨겨진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그 의미란 신(神)의 섭리나 자연의 이치일 터이다.
그러므로 나의 삶을 이해하고 사랑하고 용서하기 위해서는 흘러가 버린 내 경험, 내 삶의 편린들과 다시 만나야 하고 그 페이지 위에서 새로운 나의 경험, 나의 삶을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육체적으로는 경험을 한 번 살지만, 정신적으로는 두 번 살고 세 번 살고 무한하게 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끊임없는 자기 반성과 추억의 날개 짓을 통하여 가능하다.
그러니 나는 12월에게 날개를 달아주련다. 한 해를 돌아보며 무거움과 짓눌림의 12월이 아니라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이 세상과 화해하고 신(神)과 화해하는 12월이 되어야 하기에.
12월이여 날개를 달아라!
무겁고 무거워서 오히려 가벼운, 거울 같은 12월이여 새의 날개를 달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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