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가 인류 구원을 위해 세상에 오신 것을 기념하는 예수성탄대축일을 맞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어둠 속에서 빛을,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한다.
아기 예수의 탄생은 세속의 시각에서 볼 때 가장 비천한 모습이었다. 편안하게 산고의 고통을 견딜 따뜻한 방 한칸이 없어 헤매던 마리아와 요셉은 가장 보잘것 없는 곳을 구세주의 탄생지로 택했다.
그처럼 구세주는 가장 낮은 곳을 택해 세상에 오셨을 뿐만 아니라 인류 구원의 성업을 이루는 그 순간에도, 즉 인간의 죄를 대신해서 짊어지고 십자가 위에서 고통을 받을 때에도 역시 가장 미약하고 무력하며 비참한 모습이었다.
가장 고귀하고 가장 존엄하신 그분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낮은 모습으로 세상에 오셨고 세상을 구원하신 것이다. 그 삶을 통해서 우리는 어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예수 성탄의 참 의미는 이처럼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사랑하시며 당신 스스로 인간의 고통을 몸소 겪음으로써 오히려 인간을 구원하고 당신과 같은 위치로 들어올리셨다는데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 한 해는 세계적으로나 국내적으로나 평화와 기쁨의 순간보다는 오히려 분열과 갈등, 고통의 시간들이 더 많았다. 전세계 곳곳에서는 여전히 맹목적인 폭력을 일삼는 테러와 전쟁으로 점철됐고 국가와 민족들간의 갈등과 투쟁이 지구촌을 뒤덮었고 그 여파는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기업들이 고통을 겪고 있으며 왕성하게 일해야 할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고 좌절과 실의에 빠진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에 따라서 가정이 붕괴되고 자살자가 속출하는가 하면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은 일할 자리가 없어서 고통스러워한다.
하지만 나라를 책임지고 이끌어야 할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고통에는 아랑곳없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당리당략에 따라서 비방과 야합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이 경시되고 가정의 가치가 퇴색해 많은 사회 문제가 양산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처럼 세계와 나라가 절망과 혼란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여도 여전히 참된 평화와 화합을 위한 희망을 버릴 수 없다. 그것은 바로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을 위해 세상에 오셨으며 당신의 구원을 마침내 이룰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예수 성탄은 절망에 빠진 우리들에게 희망을 던져준다. 그리고 그 희망은 나로부터 시작해 가정과 이웃, 사회와 나라로 번져가는 끝없는 힘을 지니고 있다. 아울러 그런 희망은 우리가 참 평화를 위해 노력하도록 촉구한다.
구세주 그리스도의 성탄을 모두 기뻐하며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노력하는 참 그리스도인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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