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9~14일 서울과 수도권 내에서 발발한 성상훼손사건(본지 2003년 12월 21일자 2면)을 계기로 성미술품의 보호와 보존, 복원 등을 위한 자료정리와 그 중요성이 다시한번 강조됐다. 예술적 역사적 가치를 지닌 성물의 실질적 보존, 법률적 보호를 비롯해 사목적 차원에서 가치를 증진시키기 위한 노력 등을 서울대교구 성미술감독 정웅모 신부의 특별기고를 통해 들어본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 교회에는 소중한 문화유산들, 즉 예술적이면서 역사적인 자산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성미술품들은 단순한 예술작품의 차원을 넘어서 신자들로 하여금 신앙의 세계로 향하게 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 뛰어난 성미술품은 일반 사람들에게도 깊은 감동을 주어 참되며 선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갖도록 도와줍니다.
우리 한국 교회에도 예술가들이 지극 정성으로 만든 아름다우면서도 거룩한 성미술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12월 중순에 서울과 수도권 20여 개의 성당과 성지에 있는 각종 성상이 페인트와 스프레이 등으로 훼손되는 충격적인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이번에 훼손된 성상들은 교회 미술사적으로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작품들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해 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성상훼손사건이 짧은 기간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예는 일찍이 없었습니다. 주교회의에서는 사건이 일어나자 해당기관에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였으며, 가톨릭미술가회에서는 현장조사를 하여 대책을 숙의하였으며, 서울대교구에서도 각 본당에 공문을 발송하여 성미술품 보호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하였습니다.
교회의 귀중한 문화재 전반에 대한 보호책임은 교회에 있지만, 각 본당이나 교회 기관에 있는 성상이나 성물을 보호해야 할 일차 책임은 해당 본당이나 기관에 있습니다. 따라서 『직권자들은 하느님 성전의 장식인 성당 기물이나 귀중한 작품들이 처분되거나 소멸되지 않도록 애써 돌보아야 합니다』(전례헌장 126항).
만일 우발적인 사건으로 성상이 훼손되었을 경우에는 교구나 성미술감독원에 즉시 보고하여 훼손사건이 다른 본당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성미술품이 훼손되었을 경우에는 조급하게 임의로 수리할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신중하게 해야 합니다. 성상의 재질이나 특성을 고려하여 수리해야만 추가 훼손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술품에 대한 수리나 복원 등은 매우 전문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입니다. 『기존의 교회 미술품 가운데서 보수가 필요하다면 원 제작자를 찾아 보수하여야 합니다. 원 제작자를 모르거나 없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서울대교구 시노드 후속 교구장 교서, 사회복음화 6항).
이번 성상 훼손 사건을 계기로 하여 교회문화재와 성미술품의 중요성에 대한 의식이 전반적으로 확산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처럼 성미술품들이 외부에 의해서 훼손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교회 안에서 무분별하게 훼손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우리 교회에는 문화재급의 많은 성미술품이 있지만 기본적인 목록이나 도록조차도 제대로 갖고 있지 않습니다. 앞으로 교회는 주요 성상과 성물에 대한 목록을 제작하여 전문적인 관리와 체계적인 보존을 해야 할 것입니다. 또 교회 문화재를 소장하고 전시할 교회박물관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교황청 문화재위원회가 2001년 발표한 「교회 박물관의 사목적 기능」에서는 『더 이상 일반 용도로 쓰이지 않는 중요한 예술적 역사적 세습 자산을 실질적으로 보존하고, 법률적 차원에서 보호하며, 사목적 차원에서 가치를 증진하는 기능을 가진 교회 박물관』의 필요성을 언급하였습니다.
새천년기 문화의 세기를 맞이하여 한국교회 안에도 문화의 소중함을 인식하는 새로운 바람이 널리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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