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안은 지난 3년여 동안 논의한 최종적인 결과물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처럼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모여 격렬한 논쟁과 협의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낸 법률안이 그 본래의 취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는데 실망할 수밖에 없다.
물론 관점에 따라서는 법안이 지닌 긍정적인 의미도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그 부정적인 요소들을 지적하면서도 「일단 환영」의 뜻을 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일단」이라는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즉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 「일단 환영」의 참된 의미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워낙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일이 잦았고, 그런 행위들을 규제하거나 올바른 방향으로 지도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없었기 때문에 이 정도의 법안이라도 「감수」하겠다는 절박한 심정인 것이다.
예컨대, 관리 감독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거의 무지막지할 정도로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해온 일부 생명과학자와 생명산업계의 행태들을 규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항이 법안에 포함됐다는 점이 그 하나이다. 지금까지 전혀 없었던 생명윤리 법안이 마련됐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삼고 싶다는 것이 「일단 환영」이 품고 있는 의미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자위하기에 이번 법안은 너무나 독소 조항들이 많다. 근본적으로 법안은 인간 배아를 하나의 생명체로 간주하지 않고 있다. 이는 치료용이라는 미명 아래 배아 복제, 생성을 허용하고 있고 잔여배아를 실험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데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주요한 쟁점들을 떠넘긴 국가생명윤리자문위원회의 구성도 저의를 의심하게 한다. 「생명윤리」를 다루는 위원회에 정부 장관 7명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이종간 교잡이나 체세포 핵이식 복제의 허용 문제를 위원회에 떠넘기고 있기 때문에 위원회의 구성과 성향에 따라 중요한 문제들이 결정될 것이며 따라서 정부 정책이나 생명과학계의 주장이 관철될 공산이 매우 크다.
이러한 제반 규정과 상황 때문에 가톨릭교회는 이번 법안에 대해 매우 명확하게 반대의 입장을 표시하고 있다. 생명의 존엄성을 수호하는 것이 법안의 본 취지라는 점에서 이번 법안은 악법이며 따라서 교회는 향후, 보다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대처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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