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1일 배달되어온 가톨릭신문을 보면서 지난날 세례때에 가슴이 벅찬 가운데 잘못을 뉘우치며 한없이 눈물을 흘렸을때가 생각이 났다. 또 나를 천주교로 인도했던 형제가 세례기념으로 직접 십자고상을 갖고 와서 벽에 걸어주었을때 기쁨의 눈물이 두뺨을 흘러내리던 것이 떠올랐다.
그때는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고자 열심히 뛰었건만 지금은 왜 이리 못난이가 되었는지.
신문을 펼쳐들고 홍금표 신부님께서 쓰신 복음생각을 읽었다. 대림 제4주일 엘리사벳의 위로라는 글을 감명깊게 읽었다. 그안에서 성모님의 믿음을 볼 수 있었다.
천사가 전하는 말에 『이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시길 바랍니다』라는 신앙의 가장 위대한 응답과 영웅적인 순명이었다.
만약 지금 주님께서 나에게 오셔서 『너는 내말대로 살고 있느냐』고 물으시면 『예,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하고 용기있게 대답할 수 있을까하면서 자문자답해보았다.
『부끄럽습니다. 주님, 가증스럽게 살았을 뿐입니다』
이 말밖에는 더 할 말이 없습니다. 나를 자책하면서 다음장을 넘겼다.
노량진 수산시장안의 형제자매들의 믿음과 활약상이었다. 고달프고 바쁜 중에도 이웃을 돕기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서도 나를 돌아보게 했다. 「나」라는 존재는 무엇을 했단 말인가. 이제 내 나이 70을 넘어 황혼기에 접어들었다.
남은 생을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시간을 할애하며 뛰어보았지만, 수산시장 형제자매들의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면서 이몸은 주님의 종이라 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으며 또다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또한장을 넘겨 각 교구장님의 성탄메시지를 읽어보았다.
그중에서 전주교구장 이병호 주교님의 메시지,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예수님」을 읽으면서 지금 그분의 음성이 들리면 『나는 문을 활짝 열고 주님 보십시오. 주님께서 맡기신 달란트를 이렇게 늘렸습니다』하며 말할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할터인데 하며 다음장을 넘겨보았다.
2003년 한국교회 10대 뉴스 중에서 마더데레사 수녀님의 시복식이 눈에 들어왔다. 마더데레사 수녀님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주님이 부르실때까지 자진해서 인도 캘커타 빈민촌에 와서 가난한 이들과 가난하게 살고 가셨다.
현대의 성녀 마더데레사. 그분이 하신 일중 천분의 일이라도 따라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성당에서 그날 그날의 복음말씀을 듣고, 신부님의 강론을 들을때에는 그렇게 살겠노라고 다짐을 해보았지만, 성당문만 나서면 조금전 다짐했던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잊혀지고, 허황된 세상의 일에 빠져들고 만다.
새해에는 주님의 명령대로 사탄과 싸워가며 쓰러진 영혼들을 일으킬 수 있는 힘을 내자고 굳은 결심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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