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신년 새해가 밝았다. 그래서 정초에 제각기 나름대로 소박한 꿈과 희망의 설계를 세웠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현대사회는 극도의 황금물질만능주의에 물들어 인간은 마치 많은 재물 속에 파묻혀 인간성이 점차 메말라 가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누군가 외제나 고급제품에 대한 선호와 충동구매로 가격의 고하를 막론하고 자신의 형편과 필요성에 구애받지 않고 단지 명분을 앞세워 경쟁적으로 사들이거나 과거 부동산 투기 등 부정직한 방법으로 손쉽게 치부한 속칭 졸부들의 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주어진 여건에 맞춰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구조적으로 욕구를 충족하지 못한데 대한 상대적인 박탈감과 위화감이 조성되어 계층간 갈등과 불평이 고조되고 급기야 각종 사회적 물의를 불러일으키곤 한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에 소득과정에서 비정상적인 형태가 크게 성행되어 빈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물질의 소유욕이 크게 작용함으로써 남을 의식하기보다 항상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생각을 갖는 성향이 농후해지고 있다.
그런데 무엇이든지 재물에 대한 강한 소유욕으로 남보다 좋은 것을 사야하고 많이 가져야만 만족감을 갖는 현대인의 병적인 생리에 대한 치유 방법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더욱이 인간의 됨됨이와 가치를 물질의 소유기준에 잣대를 대어 판단하고 평가한다면 이는 주객이 전도된 논리이며, 이는 몸소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 인간은 마치 재물의 하수인이거나 노예와 별 다를 바 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약 만 불 정도이지만 여전히 위정자들의 부패가 만연하고, 정치불안과 경제침체가 계속되는데도 마치 2만 불 이상의 소득처럼 과시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반면에 실직자, 소년소녀가장, 노숙자와 노인 등 무려 천 만 명 이상의 가난한 이웃 사람들이 엄연히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들의 아픔을 외면하고 자신의 욕구충족과 편한 마음을 갖는다는 것은 결코 인간의 참된 도리가 아니다.
지난 해 여름에 유독 잦은 비로 인한 홍수와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농어촌에 농작물과 바다 양식장에 큰 손실을 가져왔고, 이로 인한 인명피해는 엄청난 것이었다.
그토록 재해를 입은 수많은 사람들이 괴로움과 시름에 싸여 있음에도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개중에 몰지각한 사람들이 그 당시에 관광을 즐기거나 피폐된 농토와 양식장 주변에서 자가용차 행렬이 몰려와서 유유히 낚시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지난 해 11월에 우리나라 한 가구에 부채가 3138만원, 청년 실업률이 8.0%, 즉, 전 실업자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39만 4000여명이나 되는데 금년 초에 들어서 더욱 열악해질 구인조건과 고용시장의 감소로 최악의 청년 실업사태를 몰고 올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으면서 앞으로 소득격차로 인해 점차 빈부의 양극화 현상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를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동시대에 살아가면서 어쩌면 이 세상에 재물이 제왕의 자리에 버티고 앉아서 지상의 나라를 지배하고 다스리는 것처럼 보여짐으로써 우리는 이기적이면서 무엇보다 물질에 더 가치를 두고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그들이 내 이웃이고 형제라는 차원에서 신앙인의 입장에서 진정한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할지 스스로 자문해보아야 한다.
「사람들에게 어떤 탐욕에도 빠져들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사람이 제아무리 부요하다 하더라도 그의 재산이 생명을 보장 못한다. 너희 재물이 있는 곳에 너희 마음도 있다」(루가 12, 15 34)는 말씀에 따라 재물을 많이 쌓은 자가 일생동안 풍요로운 삶과 소비생활의 고급화와 편의를 누리려 하고, 권력의 소유자는 명예를 지키려 하지만 이는 한시적인 결과일 뿐 모든 것이 하느님 앞에 아무런 가치 없고 오히려 하잘 것 없는 가난한 자로 전락될 것이다.
비단 동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물론, 그리스도인이라도 물질의 소유는 사회의 책임자 입장에서 관리하지 않거나 사용되지 않으면 가족과 사회, 국가마저도 파멸될 수 있는 것이다. 본래 하느님의 소유이신 모든 제물은 세상에 머물고 있는 동안 이를 슬기롭게 관리하고 인간답게 살도록 위탁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자신이 열심히 노력하여 축적된 소유물이라도 함부로 낭비하기 보다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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