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외부의 사물들을 오관을 통해 인식한다. 그런데 이러한 우리의 인식구조가 크게 흔들린 일이 지난 20세기에 있었고, 아직도 이 문제는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미결로 남아 있다. 이것은 바로 우리의 생활에 가장 밀접한 존재들 중 하나인 빛의 정체를 밝히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뉴턴은 빛이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9세기 초반에 토마스 영이 간섭계(干涉界, interferometer) 실험을 통해 빛이 파동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증명했다. 그러다가 20세기에 들어와서 아인슈타인이 빛을 어느 물체에 비추면 전자가 튀어나가는 효과를 증명하면서 빛이 입자의 성질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이렇게 되자 과학자들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빛은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아직도 의문을 가지고 그 정체를 완전히 규명하고자 탐구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빛만이 그러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로 부피를 잴 수 있고 무게를 측정할 수도 있으며 경도를 측정할 수도 있는 온갖 사물을 깊이 들여다보면, 그 사물을 이루는 기초단위인 전자가 이러한 성질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전자는 마치 지구가 태양을 도는 것과 같은 형태로 양자를 중심으로 뚜렷한 모양새를 갖추고 돌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독일의 W. K. 하이젠베르그가 양자역학의 기초를 이루는 불확정성의 원리를 발표한 덕분에 전자가 그러한 형태를 갖춘 존재가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 양자 주위를 빛과 같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전자가 어디에 있을 것인지 위치를 대강 짐작은 할 수 있어도 정확하게 어디에 있는 지는 결코 알 수 없다. 그 이유는 전자가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는 오래 전부터 물질의 본질을 알고자 하여 많은 탐구를 해 왔다. 세상은 물, 불, 공기 그리고 흙으로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측한 그리스철학자들의 생각을 비롯하여 수많은 철학자들의 이 문제에 대한 생각들을 여기서 굳이 언급할 수도,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물질의 본질에 대한 탐구를 깊이 해 들어가면, 우리의 인식능력을 초월하는 존재를 만나게 된다. 우리의 두뇌는 입자인 동시에 파동인 빛이나 전자와 같은 존재의 본질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물질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것이다. 자연에는 우리가 그 정체를 알지 못하는 것이 무수히 있다. 다른 동물들이 인식하는 요소들을 인간인 우리는 인식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과학을 맹신하는 사람은 과학으로 모든 것을 밝혀낼 수 있을 것처럼 믿고(!) 큰 말들을 하지만, 그는 여기 저기서 탐구의 한계를 만나 자신의 맹신에 문제가 있음을 느낀다. 물질은 물질대로 호기심이 강한 인간의 지성적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나가기 위한 전략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도 우리는 결국 믿음의 단계로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으로 구성된 물질들을 대하는 우리의 의식 저 밑바닥에는 믿음이 가득히 깔려 있다. 내가 기대한 대로 작용할 것이라는 물질에 대한 믿음, 그 물질들로 구성된 이 세계와 이웃에 대한 믿음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만드신 창조주께 대한 믿음! 우리 마음에서 믿음을 제거하면 이 세상을 단 한 순간도 살아갈 수 없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