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이 스민 아파트 베란다 창가에 고양이가 앉아 있다. 까치도 날아오르지 않는 고층 아파트의 그 무슨 정경이 고양이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인지, 나 또한 창가에 서서 골똘해진다. 창 밖에 보이는 거라곤 그린벨트 지역의 비닐하우스 단지뿐이다. 고양이가 비닐하우스를 내려다볼 리는 만무, 녀석은 분명 「하루의 밝음」을 목도하는 것이리라. 태양이 솟아오르자 고양이는 창가에서 물러나 제 물그릇 근처로 가 목을 축인다. 경건한 제의를 마친 사제처럼 녀석의 몸짓에는 수고로움이 배어 있다.
『이사한답시고 널 두고 왔으면 어쩔 뻔했니?』
나는 고양이의 목을 간질이며 안도한다. 몇 해 동안 녀석은 불평 없이 나를 좇아왔다. 삼겹살전문점 위층에서 하숙을 하던 시절에도 고양이는 가난한 주인에게 아무런 불만도 표하지 않았다. 제 몫으로 주어진 사료에 만족하고, 배변이며 몸단장까지 제 스스로 완벽하게 해냈다. 그런 녀석을 볼 때면 이 영특하고 독립적인 고양이들이 어쩌다가 인간 곁에 머물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에 빠진다. 그리고 번번이 같은 결론에 이른다. 고양이는 하느님의 선물이다!
농경사회에서 살아가던 우리 조상들 곁으로 하느님이 고양이를 파견하신 게 아닐까. 사람들이 땀 흘려 거둬들인 곡식을 쥐가 절도해가지 못하도록 민첩한 쥐 사냥꾼을 보내주신 게 아닐까.
그 불가해한 인연 뒤에는 하느님의 사랑과 배려가 있었을 것이다. 개와 고양이는 인간을 지키고 인간의 재산을 지키라고 하느님이 특별히 야생에서 선발하여 보내주신 선물이리라.
주체 못할 사랑으로 주인 곁을 맴돌며 짖어대는 개와, 낮에는 도도하기 이를 데 없다가 밤중에 몰래 다가와 주인의 뺨에 제 수염을 비비고 가는 고양이. 그들에게도 2004년이 다사롭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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