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1997년부터 주님봉헌 축일을 봉헌생활의 날로 정해 수도자들의 날로 삼고 있다. 예수성심대축일을 「사제성화의 날」로, 연중 제33주일을 「평신도의 날」로 정해 성직과 신자의 삶을 되돌아 보듯이 이 날 역시 수도자들에게 봉헌의 삶을 되돌아 보게 하고 있다.
예수님을 성전에 바치신 것을 기념하는 주님봉헌축일을 수도자들을 위한 「봉헌생활의 날」로 제정한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다. 수도자로서의 삶은 가진 것은 물론 모든 것을 하느님께, 교회에 전적으로 투신한 삶이다. 수도서원을 통해 일생을 철저히 그리스도와 그분의 삶의 모습을 따르겠다는 다짐과 함께 실제 그런 삶을 살면서 세속에 사는 신자들에게 예수님의 참 모습을 보여주는 이들이다. 따라서 수도생활은 증거의 생활이고 예언자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수도자들에게 대한 인식은 어떤가. 언제부터인가 수도자로서 영적인 풍요로움보다 세상 속의 풍요로움이 더 많이 차지하고 있다. 다시 말해 본당과 각 사회단체에서 일하는 수도자로서의 이미지가 너무도 강하게 뿌리 박혀 왔던 것이다.
그렇다면 하느님께 봉헌된 사람, 즉 수도자로서의 고유한 역할, 본연의 자세는 어떤 것일까. 어떤 모습이 과연 수도자로서 참된 모습일까.
이제는 수도자들도 스스로 삶의 방식과 역할을 과감히 바꾸어야 한다. 살아가는 방식이 중산층화 되었고, 세상의 풍요로움에 만족하며 안주하기보다 끊임없이 자기를 성찰하면서 쇄신돼야한다. 그래야만 교회를 쇄신시킬 수 있고 신자들에게 영적 봉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수도자들이 수도자로서 잘 살기 위해선 우선 무엇보다도 수도자 스스로 「주는」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 신자들의 영적성숙에 도움이 되기 위해선 가진 것 보다 주는 것이 많은 수도자가 되어야 한다.
최근 들어 수도자들 안에서 수도자 본연의 생활로 돌아가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실제로 그러한 삶으로 움직이고 있는 이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계속해서 배우고 또 실천함으로써 이런 삶으로 자연스럽게 옮아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수도자 자신의 노력뿐 아니라 수도자들과 함께 살고있는 신자들이 더욱 많은 관심을 갖고 기도로써 도와주면서 수도자로서 잘 살아 갈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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