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사람들이 하는 말에 「정치란 더러운 짓거리」(Politik ist eine schmutzige Sache)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잘 알다시피 정치라는 것이 역사 안에서 항상 정직이나 정의로 이루어져 왔기 보다는 오히려 권모술수나 감언이설로 이루어져 왔기 때문이며 대다수의 서민들이 정치와 정치가라는 것에 의해 너무나 많이 당해왔기 때문에 나온 말입니다.
하지만 독일 사람들이 말하는 더러운 짓거리의 하나인 정치를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한 겨울의 추위에 아랑곳 하지 않고 총선을 앞둔 열기는 뜨겁기만 합니다. 한편에서는 정치인들이 불법자금 때문에 굴비 엮이듯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고 있지만, 그 반대편 정치인은 무얼 그리 좋은지 자신은 마치 청정수에 사는 쏘가리나 쉬리 인냥 굴비처럼 엮인 그들과 다르다고 하며 민주정치에 대한 열의와 정치철학을 내세워 새로운 도전을 위한 열변을 토하고 있지만, 왠지 마음 한 구석에는 「또 속아 주어야 하는가?」라는 선거 때 마다 매번 겪어왔던 씁쓸한 마음이 앞서고 정치에 열을 올리기 보다는 차라리 정치에 무관심 한 것이 만수무강에 좋을 것이라는 자위 섞인 마음으로 신문이나 방송의 정치 기사를 외면하는 것이 오늘날 대다수 서민들의 생각인 것 같습니다.
화장실 가기 전과 화장실 문을 나설 때의 모습이 다른 것이 인간의 생리인 것처럼 우리 정치인들 또한 그래 왔습니다. 그러나 가톨릭 정치인들은 좀 달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우리가 그리스도교 문화권의 국가도 아니고 가톨릭 신자의 표만으로는 당선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또 정치인이 특정 종교의 색을 드러낸다는 것이 종교 간의 파벌을 조성할 위험도 있고 오히려 표도 빼앗길 위험이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 유럽처럼 그리스도교적 정신을 내세우는 정당도 없는 상태에서 유권자들의 입맛에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정신마저 잊어버려서는 되겠습니까?
가톨릭 정치인이라고 하면서 국가 정책 결정에 얼마나 가톨릭 신앙과 정신에 입각해 활동해 왔는지는 정치인 스스로가 잘 알 것이고, 이 문제에 대해서는 주일학교 어린이에게 물어봐도 어느 정도라고 열을 올려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상투적인 정책의 호소보다, 더 나아가 「가제는 게 편이다」라는 호소보다는 그리스도교적 정신에 입각한 사회 전체 및 사회 내 각 계층들의 복지를 위하여 공동선의 관점에서 전개되는 조직적이고도 합목적적인 활동과 모든 국민들, 모든 계층들의 공동선을 위해 일하고 국민들이 인간 존엄성에 걸맞고 사회의 정의와 평화의 실현을 가능하게 하는 자유와 연대성 안에서 충실히 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정치인이 가톨릭 정치인이 아닐까요?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가톨릭 신자이니깐 무조건 가톨릭 신자 후보를 밀어주어야 한다는 호교론적이며 맹목적인 구시대적 발상은 이제 통하지 않습니다. 「가제는 게 편이니깐」하며 눈도장 찍고, 얄팍한 신앙심 내세워 신자들의 마음을 현혹하는 시기도 지났고, 고위 성직자 만나 사진 찍고 지지를 호소하는 구태도 벗어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따라서 이제 자신의 정치적 야망에 신앙과 종교를 수단으로 끌어들이지 마시고 오로지 가톨릭 신자로서 자신의 신앙에 걸맞는 소신 있는 정치인이 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신앙과 정치 모두에 있어서 가뭄 속에 단비가 되어 목마른 사람들의 지친 삶에 희망을 주는 삶이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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