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정치의 시절입니다. 사실, 어느 때이고 정치의 시절이 아니겠습니까마는 총선을 석달 앞 둔 때이고 보니 또 온 나라가 정치 이야기로 해가 뜨고 해가 지는 요즘입니다.
정치개혁이 시대의 화두
이런 정치의 시절에 개혁, 정치의 개혁이 시대의 화두인 모양입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정치를 개혁하겠다고 낙선낙천운동, 더 나아가서는 당선운동을 벌일 태세로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고, 어찌된 영문인지 공천개혁, 정치개혁이라는 말이 그대들의 입에서 입으로 먼저 회자되고, 모든 여론매체들은 정치동네가 개혁되기만 하면 우리사회의 미래가 만사형통일 것처럼 이야기하고, 여하튼 비록 어제오늘만의 이야기는 아닐지라도 정치개혁이 정치의 시절인 요즈음의 시대적 화두인 것이 틀림없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정치의 본령, 사회를 구성하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조화롭게 하고, 갈등과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사회의 안녕과 평화를 보장하는 기능이 정치이고, 그 기능에 대한 역사적인 책무와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그대들 정치인이지요. 그러나 이 정치의 시절에 아무도 정치의 본령에 대해서는, 정치를 한다는 본인들은 물론이고 그 누구도, 더 이상 그 본령의 구현에 대해 기대를 걸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정치가 온갖 부패와 갈등의 진원지로 전락해 버린 지가 옛적 이야기이고, 당리당략과 폭로와 이전투구를 일삼으며 오직 정권과 금권의 하수구를 차지하려는 데만 몰두해 있는 정치권의 모습, 그래서 정치는 곧 구제불능의 패악이라는 등식이 국민의 의식 속에 자리 잡은 지도 오래전입니다. 그래서 개혁을 이야기 합니다.
달라져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도, 달라지겠다는 그래서 한번 지켜봐 달라는 그대들의 호소가 어디 삼세번 이었습니까?
나라가 갈등으로 찢기건 말건, 생계형 범죄의 빈도가 하늘을 찌르건 말건, 극도의 이기주의가 사회를 통째로 집어 삼키건 간에 그대들은 오직 「정치 쇼」에 사람들을 모아 거짓과 음모의 현란한 술수로 관객들에게 최면을 걸어 들러리 세우고 마침내 무대 위의 스타로 등극하면 되는 것이고, 최면은 그리 길지 않아서 고질화된 정치적 허무와 분노의 상처를 국민들 가슴에 또 남겨 놓은채 어디론가 증발해 버리고…. 그러니 정치의 본령, 서울 하월곡동 산 2번지에 사는 어느 할머니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나가던 개가 하품할』 그 기대를 누구라서 하겠습니까?
그러나 정치개혁. 정치개혁은 정치에 달라붙어 있는 구조적인 부패를 씻어 내어 다시는 부패가 기생할 수 없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고 그래서, 실현가능한 희망을 국민들이 기대할 수 있도록 하는 일 일겁니다. 그 일을 가톨릭 정치인인 그대들이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대들이라고 그대들의 동료들과 다르지 않겠지만, 그래도 그대들이 그 일을 담당할 밀알이 되어준다면 좋겠습니다.
고백의 문화를
우선 관행과 암묵으로 묶여있던 돈과 권력의 검은 정치적 관계, 신물이 나도록 보아온 당리당략적 정치행태를 국민들이 바보라서 참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아시기 바랍니다. 민심은 표심이 아니라 천심임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무엇보다 우리사회와 정치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있음을 바로 보시기 바랍니다. 이 자각의 토대 위에서 한 가지만 해 주기를 부탁드립니다.
정치적 관행이라는 변명에 기댈 생각 말고 깨끗하고 겸손하게, 국민들에게 스스로를 고백하는 정치적 모범을 보이기 바랍니다.
고백은 없고 폭로만 난무하는, 그래서 모두가 불신의 공범이 되는 한국정치에게 스스로 고백하는 정치를 보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정치 공동체에 고백의 문화를 만들어 냄으로써 정치개혁의 바람이 불어오게 하십시오. 그래서 새로워진 정치공동체에서 새롭게 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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