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1월 신앙에 대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시작한 성서필사가 2003년말에 신.구약쓰기를 마치고, 성탄 판공 보속으로 마태오 복음을 완서했습니다.
시작이 반이라고는 하지만, 신.구약 필사에 무려 8년이란 긴 세월이 걸렸습니다. 이 기간동안 신앙에 눈을 뜨려고 어느 때보다 열심히 노력했었고, 개인적으로 명예퇴직이라는 새로운 생활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많은 갈등과 번민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갈등과 번민을 극복할 수 있도록 가장 큰 힘이 되어주었던 것이 성서쓰기를 통해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의 은총이었습니다.
성서를 쓰고 있으면 흩으러진 자세가 바로 잡히고 모든 시름이 가시며 이 시간만은 주님의 평화가 제 안에서 함께 하신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흐트러지는 마음과 분심과 잡념을 기도로 이겨내며, 계속해서 성서를 쓰는 일들이 언젠가는 신앙행위의 한 증거로서 자리매김 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신앙의 길은 결코 남에게 맡겨놓을 수 없는 일이며, 이해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앎과 이해를 넘어서는 실천적인 삶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신앙을 가지게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러나 실상은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참된 신앙은 결코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가지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실존을 받아드리도록 하는 것이고, 문제없는 삶이 아니라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그 문제에 함몰되지 않고 그문제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 참된 신앙이라는 것도 성서쓰기를 통해 얻은 또하난의 은총입니다.
『사람은 빵으로만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으로 산다』라고 하신 것처럼 하느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참된 생명력을 불러넣어주실 것입니다. 이러한 말씀을 자기 손으로 직접 써보면 눈으로 읽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깨달음과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하루 세끼 양식으로 육신을 살찌우듯 매일의 성서쓰기를 통해 주님의 말씀의 양식을 받아모셔 우리 영혼의 건강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성서쓰기보다 더 좋은 길은 없다고 믿으면서 교우 여러분께 간곡하게 성서쓰기를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면 주님께서는 우리들의 영혼을 기쁨으로 채워주실 것입니다. 우리 안에서 그분께 대한 사랑이 흘러넘치면 이 사랑으로 주님을 알아뵐 수 있을 것이며, 우리의 모든 공동체는 하느님의 지혜와 은총을 얻게 되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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