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수환 추기경의 발언을 둘러싸고 정계와 언론계, 사이버공간을 오염시키고 국민들을 오도하고 있는 일련의 논쟁은 자기 논리와 자신, 혹은 자신이 속해있다고 생각되는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 편협하거나 또는 악의적이기까지 한 행태이다.
우리는 여기서 더 이상 추기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엄중하게 경고하며, 만약 이같은 행태가 지속된다면 가톨릭 신자들뿐만 아니라 건전한 이성과 합리적인 사고를 지닌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지탄받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논쟁의 발단이 된 자리와 발언은 결코 추기경이 어느 한 정당이나 세력을 지지하거나 편들어서도 아니며,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도록 위임받고서도 그 몫을 다하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우려이고 젊은이들에 대한 당부일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발언은 나라와 국민에 대한 사제로서의 깊은 애정에 기인했을 것이다.
그것이 일부 언론과 이른바 대안언론을 거치면서 부정적으로 확대재생산되고 서로 자신의 입맛에 맞게 추기경의 발언을 과장하거나 왜곡하고 있다.
반미 친북이니, 민주화운동에서 추기경이 과대평가됐다느니, 민족의 걸림돌이라느니 하는 등등의 논쟁을 통해 추기경의 발언에 바탕을 이루고 있는 진심과 본의는 여지없이 왜곡됐고 하릴없이 정치적으로 이용됐다.
기실 추기경을 두고 친미니 반북이니 하는 이념으로 재단하는 일은 전에도 있었다. 일례로 이번에 추기경이 반미 친북을 크게 우려했다고 보도한 어떤 언론은 지난 2001년 7월, 이와는 정반대의 글을 지면에 게재한 바 있다.
그 신문은 당시 독자투고란을 이용해 「친북 색채가 짙은 성명에 단골로 들어가시는 추기경님」이라는 제목을 포함한 글을 실어 붉은 색깔을 덧씌웠고, 또 다른 신문은 이 일을 두고 칼럼에서 「추기경님 죄송합니다」라고 했다.
우리는 결코 보수 혹은 진보라고 분류되는 일부 언론과 대안언론들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최근의 논쟁을 빌미로 신자들간, 또는 국민들 사이에 분열이나 갈등이 빚어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추기경을 왜곡하고 이용하려 하는 악의적인 일에 동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추기경이 현직에서 물러난 지금까지도 그 권위와 도덕성을 인정받고 국민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격동기를 지나면서 교회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와 국민의 정신적인 지도자로서 크게 부끄러움이 없이 살아왔기 때문이다. 더 이상 추기경님을 욕보여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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