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어느 형제가 3박4일간 그리스도인 신앙쇄신을 위한 단기교육과정에서 어떤 담화에 대한 주제를 그림으로 나타내어 다음과 같이 요약해서 발표한 바 있었다.
「지금 막강한 권력이 있는 사회지도자가 멋진 최고급 승용차를 타고 즐거운 여행을 가는 도중에 이기주의의 길과 봉사의 길 방향으로 가는 표지가 있는 두 갈림길을 만났다. 그런데 이 표지에는 커다란 경고문이 있는데, 이기주의의 길은 처음에는 넓고 시원하게 뚫려 있으므로 차가 통행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고 편안하다. 그러나 자칫 자만하거나 사욕에 불타면 언젠가는 반드시 사고를 당하게 되어 결국 비참한 죽음으로 몰아갈 수 있는 위험한 곳이 있다. 반면에 봉사의 길은 진입로부터 좁고 구불구불하므로 우선 통행 자체가 불편하고 힘들지만 이를 슬기롭게 잘 극복하면 언젠가 천상으로 가는 영원한 생명의 길로 갈 수 있다. 그러므로 길을 택할 때 먼저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은 훗날 일은 전혀 개의치 않고 아예 경고문을 무시하며 당장 편하고 훤한 이기주의의 길로 갔다. 그러면 이 이후에 결과는 어떻게 될까? 여러분,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입장이면 어느 길로 가야 될까?」하고 여운을 둔 것이었다.
이 발표내용은 매우 간단하면서도 해당 질문의 요지는 말로서는 뻔하고 별 것 아닌 것 같으나 그 내면에는 깊은 뜻이 스며 있었고 우리에게 좋은 묵상자료를 제공해 준 바 있었다.
실제로 우리가 세속에서 살아가다 보면 종종 이러한 선택의 갈림길에서 자신의 인생에 관한 문제를 놓고 큰 결단을 내려야 되거나 이를 판단하고 해결하기 위해 많은 갈등과 고민을 할 때가 있다. 어쩌면 현대 생활 중에 이기주의의 길로 가면 때로는 많은 재물획득과 이를 통해 권력과 명예를 챙길 수 있으리라 여기지만 대신 마음의 눈을 뜨지 못하면 내면에 평화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있다.
그런데 성서에서 이기적인 마음으로 인간의 삶에 대한 행복과 연계해서 영원한 생명까지 동시에 취할 수 있는 이중성을 허락하는 일은 결코 없다.
요즈음 각종 매스컴을 통하여 연일 어둡고 답답한 보도내용을 접하게 된다. 역대 위정자들을 비롯해서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선거공약에서 바르고 깨끗한 정치를 위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 많은 문제들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숱한 난제만 남긴 채 혼란이 거듭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어느 지역에 고위 공직자의 비리.수모로 인한 극단적인 자살이 있었고, 일부 참신해야할 교직자가 교육수장의 선출과정에서 부정에 개입하였다고 한다.
다가오는 4월 15일 총선 준비과정 중에 여야 각 정당은 우리 사회에 당면하고 있는 청년실업과 경제불안, 민생치안과 공.사교육문제, 조류독감 발생에 의한 엄청난 농가피해 등 제반 현황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보다 지난 불법 경선.대선 자금수수 문제를 놓고 자기 반성과 변화 없이 모든 것이 서로 「내 탓보다 네 탓」으로 책임공방이 오가며 정치공세에 혈안이 되고 있다. 평소에 자기 소명은 다하지 않다가 선거 때가 되면 공약 정책을 남발하며 생색내는 무리들, 과거 정경유착과 부정에 연유된 일부 기업가들이 자기 유익을 위해 비효율적 경영으로 경제질서와 국정을 흔들어 혼란을 자초하면서 아무런 죄책감이 없는 철면피들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성실성과 존엄성을 유지하며 과연 봉사하려는 마음이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설령 어떤 직분의 그리스도인도 독선과 아집, 말만 앞세워 내심 이기적인 길에서 하느님을 찾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일생 중에 아쉽고 손해보더라도 이기주의 길보다 봉사의 길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십자가의 길이요, 예수님의 구원 사업인 것이다.
「부자 청년낙타와 바늘귀」(마르코 10, 25)의 비유처럼 율법에 충실했던 부자 청년이 이기적인 마음이 앞서 재물에 대한 애착을 차마 버리지 못해 끝내 구원의 길을 포기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은 동시대에 살고 있는 사회지도층은 물론 우리가 참삶에 대한 이상의 추구보다 우선 안일하고 편한 길을 더 열망해 왔던 모습.태도와 무엇이 다른지 깊이 되새겨 보아야 한다.
그 날 어느 형제가 발표했던 두 갈림길에 있는 경고문의 참된 의미는 오늘날 우리 주변에 굴절된 가치관인 이기주의의 길보다 봉사의 길로 묵묵히 가도록 일깨워 준 것이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