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3일 국회에서 이라크전 전투병 파병 동의안이 절대 다수의 찬성으로 통과됐습니다. 찬성 155명, 반대 50명, 기권 7명이었고, 표결에 불참한 의원은 59명이었습니다.
지난해 미국이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대량학살무기 때문이라며 전쟁을 벌일 때부터 교회는 일관된 목소리로 전쟁을 반대하였습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라크에서처럼 전쟁이 인류의 운명을 위협할 때, 평화만이 정의롭고 따뜻한 사회를 만든다는 사실을 알리는 분명한 목소리가 더욱 절실하다』며 평화를 호소하였습니다.
이라크전 추가파병 요구에 대해서도 한국교회의 여러 교구 정의평화위원회들은 『미국이 이라크 내 「치안 유지」라는 가당치 않은 명분으로 이라크 민중의 가슴에 총구를 겨누는 전투병 파병을 국제사회에 요청한 일은, 이라크 국민들의 적대감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생명에 대한 존엄을 무시하고 인류애를 거스르는 범죄행위』라며 규탄하고, 한국 정부와 국회가 추가파병 요구에 대해 단호히 거부할 것을 촉구하기도 하였습니다.
민의도 교회의 뜻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국민의 절반 이상이 파병 자체에 반대했으며, 전투병 파병에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반대하였습니다. 그런데도 국회는 요지부동이었습니다. 파병동의안을 처리하는데 있어 최소한의 민의도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열린우리당은 애초의 「비전투병 파병」이라는 당론마저 모른척하고 여당으로서의 거수기 노릇에 충실했고, 한나라당은 다수당으로서의 최소한의 책임감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가톨릭교회는 평화의 교회입니다. 요한복음 14장 27절의 말씀처럼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주고 가신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평화의 실현을 위해서 일할 것을 지상과제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고령에 파킨스씨병을 앓고 있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단호한 목소리로 『전쟁 반대, 평화 실현』을 외치며 평화만이 그리스도의 길임을 가르치고 있는 이유도 다른 곳에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 추가파병 동의안의 처리를 통해 우리나라는 미국의 요구대로 전투병을 이라크에 다시 보내는 세계 유일의 나라가 되었습니다. 우리보다 힘없고, 미국에 대한 의존도도 비교할 바 없이 큰 약소국들마저 미국의 요구가 부도덕하다며 거부한 것과 크게 비교되는 일입니다. 이해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는 일이 우리 손으로 선출된 국회의원에 의해 진행되었습니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선거를 맞을 때마다 이런저런 기준에 의해 투표를 하게 됩니다. 흔히는 지연, 학연, 혈연 따위에 기대 투표를 한다고도 합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우리는 이라크전 파병 동의안 처리라는 매우 중요한 국회의 선택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선택은 이제 매우 분명해졌습니다. 이라크전 파병에 찬성하거나 기권한 국회의원들 가운데 그리스도께서 주고 가신 평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심사숙고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평화를 위협당하는 참담한 상황 속에서 그리스도인의 가장 확실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제발 이번 총선만이라도 우리가 미사 때마다 했던 「평화의 사도」가 되겠다는 서원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발이지 이번만은 그리스도의 양심으로 「평화」를 선택했으면 합니다. 평화는 물갈이나 부패, 코드보다도 더욱 중요한 잣대입니다. 기준은 이미 마련되었으니, 이제는 기권하지 않고 투표소로 가는 일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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