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벗어나는 때
아침, 점심, 저녁
자질구레한 일들에서 손털고 나면
어느새 하루가 다 지나가
노루 꼬리만큼 남았을 때
캄캄해진 방에 촛불을 밝힌다
호젓이 무릎 꿇고 두손 모아
님의 채널로 돌린다
언제나 기다려주시는 분이기에
어려울 때 급히 찾아도 받아주시고
잊어버리고 흥청망청 놀아도
느긋이 참아 주신 분이기에
두손 모아 부르기만 하면
나타나는 아름다운 님의 모습
송구스러워 고개숙이며
나는 종알댄다
고약한 사람들은 혼쭐을 내주세요
딱한 사람들은 왜 안 도와주세요?
넌 TV볼땐 아무리 마땅찮아도
얌전히 보기만 하더니만
내 채널에서는 투정이 왜 그리 많으냐?
자유로운 시간이 남아 있는 동안
이웃들을 사랑하며 지내면 되지 않겠느냐?
내일 다시 해를 볼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삶에서 말야
난 부끄러웠다
하지만 내일 다시 님을 향해 촛불을 밝히련다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손바닥으로 가린
원숭이처럼 부끄럽지만
너그러운 님의 채널에
그래도 또다시
나를 맞추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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