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전례력으로 사순 제1주일이 시작됐다. 재의 수요일에 재를 바름으로써 사순절의 깊은 의미에 대해, 사순시기동안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묵상과 다짐들을 했을 것이다.
매년 맞게 되는 사순절이지만 올해는 신자로서 마땅히 해야하는 아주 기본적인 것들을 실천하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첫 단추부터 잘 잠그도록 해야겠다. 이번 사순절은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는 말의 의미를 확실히 깨닫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흔히 사순절이라고 하면 단식, 희생, 보속 등 전반적으로 어둡고 침울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먼저 떠 오른다. 교회 역시 전례 등을 통해서 엄숙함을 더욱 많이 드러내고 있다. 당연히 주님의 수난 당하신 고통과 죽음을 묵상하면 부인할 수 없는 옳은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로 이번 사순절동안 기쁘고 즐겁게 지내도록 해보자. 그것은 주님의 고통과 죽음을 생각할 때 이 죽음이 곧 하느님이 외아들인 예수 그리스도를,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아들을 희생할 만큼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사순절을 십자가 죽음만을 생각하며 슬픔에 머무르기 보다 하느님의 넘치는 사랑을 받아들이는 기쁘고 즐거운 날이어야 하는 것이다. 이같이 기쁘고 즐거운 마음이 넘칠 때 이웃에 대한 사랑 실천 역시 기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기쁘고 즐겁게 지낸다고 해서 물질적인 유혹에 빠져서 흥청망청 생활하자는 것이 절대 아니다. 사순 제1주일에 나오는 복음말씀처럼 주님이 받았던 유혹 역시 지금 이 순간 우리들을 유혹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근 사회문제로 불거진 「영생교」 사건만 보더라도 지금 우리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더 큰 굳센 믿음이 요구되고 있다.
하느님에 대한 굳센 믿음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인간관계를 파괴시키는 가장 무서운 것이 불신이다. 서로 믿지 못하면 불신하게 되고 사랑할 수 없으며 관계는 깨지게 된다. 이것은 인간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하느님과의 관계에서는 더욱 확실한 사실이다. 아브라함처럼 온전히 하느님을 믿고 신뢰할 것인가는 오직 우리 자신의 결단에 달린 것이다.
사순절동안 자신을 엄격하게 손질하고 단련시켜 나갈 때 마음속에는 기쁨과 즐거움이 가득할 것이다. 힘들고 어렵겠지만 신앙생활의 가장 근본이 되는 일들을 다시 생각해 보는 사순절이 돼야 할 것이다. 또한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상대방의 약점을 들춰내는 행동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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