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나랏님도 구제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빈곤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하기가 어려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인간으로서의 품위는 고사하고 생명을 유지하는 것 조차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비록 IMF 경제 위기로 어려움을 겪었고 지금도 생계를 유지하기가 힘든 가난한 사람들이 있지만 과거에 비해 볼 때 어느 정도 경제적인 성장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주위에도 가난한 사람들이 많고 이들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사랑, 나눔의 실천이 절실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나라 밖의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유엔이 발표한 여러 가지 통계를 보면 극빈국의 문제는 상상을 초월한다.
한 통계에 의하면 전세계에서 굶주림과 질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1분에 34명이고 그 중 24명은 어린이다. 하루에 5만명, 1년에 1800만명이 단지 먹을 것이 없어서 죽어간다. 5년 동안 기아로 죽은 사람이 150년 동안 전쟁과 혁명으로 죽은 사람보다 많다. 1억5000만명의 어린이가 학교 가야 할 시간에 노동을 하고 세계 인구의 5분의 1이 하루 1달러가 안되는 돈으로 살아간다.
더 비참한 것은 이처럼 엄청난 사람이 어처구니 없이 죽어가는 이유는, 부의 절대량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나눔이 없어서라는 사실이다. 12억이 영양 부족이지만 정반대로 12억이 너무 많이 먹어서 영양 장애에 걸려 있다.
세계 최고 3인의 재산 합계가 가장 가난한 나라 48개국의 국내총생산을 합친 것보다 많다. 부자 15명의 재산이 중남 아프리카 전체 국가의 국내총생산을 넘어서고, 84명의 재산이면 12억 인구의 중국보다 많다.
해결책은 분명하다. 오직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눌 때에만 문제는 해결된다. 가난의 구제는 결코 나랏님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바로 우리들 각자가 자신의 일상 삶 속에서, 삶의 태도를 전환함으로써 가능한 일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가난한 이들에게 해준 것이 나에게 해준 것」이라고 가르치셨듯이, 어려운 이들을 구세주 대접하듯이 할 때 비로소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하느님 나라가 이 땅에 올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몫을 조금씩 떼어 나눌 때 이뤄질 우리의 이상이다.
사순절을 맞아 내가 가진 것을 한 조각씩 떼어 그분의 몫으로, 가난한 이들의 몫으로 봉헌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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