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랑해』, 『여보! 미안해. 내가 자기 사랑하는거 알지』
지하 깊은 곳에서, 그 깊이만큼이나 짙은 공포의 화염 속에서 남긴 마지막 말들. 1년이 지나고 그 아픔과 슬픔이 조금은 옅어졌을 줄 알았는데 그 인사말들을 떠 올리는 순간 눈가가 뜨뜻해져온다.
참으로 어이없는 사건, 참으로 참혹한 그래서 일어나지 말았어야 될 일이었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그런 일이 아니었을까. 병들고 미친 사회의 결과가 아니었을까. 물질만능과 편의주의에 병든 사회, 그래서 사람이 무시되고 저 혼자만 생각하는 병든 사회. 부패하고 무능한 지도자들이 자기 권익만 추구하는 미친 사회, 그래서 서민들까지 미치게 만드는 사회. 그래서 미친 한 사람의 불장난은 바로 우리 사회의 미친 짓이고 우리 각자의 소행이 아닐까.
그당시 대구에선 인천공항으로 가는 비행기가 한 대도 없었고, 대구에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는 모두 다른지역 건설업체의 것이었다. 중소기업의 부도는 줄을 잇고 실업자는 늘어만 갔다. 『○○놈들 이제 죽어봐라』고 하니 그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미친 사람이 어디 한 둘이었는가. 한두 사람 빼고는 다 미쳐있었다. 아니 아직도 그렇다. 아직도 이 사회는 우리를 미치게 만들고 있다. 대통령 땜에, 국회의원들 땜에, 대기업들 땜에 그리고 아마 신부들 땜에 미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고, 애들 학원 보내느라, 취직걱정 땜에 또 카드빚 돌려 막느라 돌아버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미친 사람들이 사는 사회에서 무슨 일이든 못 일어나랴. 우리가 미치지 않고 자기 자리에서 자기 일들을 성실히 수행했다면 그런 참사가 일어났을까. 이런 회한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만 이제 더 이상 서로를 미치게 만들지 말고 웬만해도 미치지 말자. 정신 차리고 제발 사랑하라는 사순절이다. 그것이 바로 고인들이 사회에 남긴 메시지가 아닐까.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