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재단이 「아름다운 작은 도서관」을 꾸민다는 기사가 일간 신문에 보도되었다. 「아름다운 가게」로 잘 알려진 이 재단은 시민단체의 하나인 참여연대가 영국의 모델을 도입하여 시작하였다고 하는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짧은 기간 안에 전국적인 규모로 크게 발전해 가고 있다.
그들의 활동 내용을 살펴보면 기존의 종교단체, 특히 가톨릭에서 늘상 해 오던 기부와 자선, 구제 등의 활동으로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데 그들이 새삼스럽게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은 기존 종교 기관이 갖는 힘이나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 시민 개개인의 선의에 호소하고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데 있지 않는가 싶다.
오늘날의 시민사회에서는 자발적인 유대로 구성한 자율적인 공동체들이 조직되고, 이를 움직이는 다양한 신분의 자원 봉사자들은 「보조자」의 역할에 머물지 않고 「동반자」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과거에는 가정이나 종교, 국가 조직처럼 확고한 질서가 있어 그 안에 편입하여 자신의 위치를 세우려고 했다면, 오늘날 크게 달라진 점은 내가 주체가 되고 내가 중심이 되는 공동체를 스스로 만들고 그 공동체를 통해 사회 참여와 공헌의 기회를 갖기 원한다는 점이다.
이제 종교는 자기 종교 울타리 안에 있는 신자만을 대상으로 사목하던 시대는 지난 것 같다. 내 종교의 신도가 자기 종교의 울타리 안에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시민 사회의 일원으로서 세상 안의 모든 것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것이라면, 선교의 대상 역시 직접 선교가 되었든 간접 선교가 되었든 간에 그 범위가 훨씬 확장되어야 할 것은 분명하다.
『저는 이들(믿는 이)만이 아니라 이들의 말을 듣고 저를 믿는 이들을 위해서도 빕니다』(요한 17, 20)라는 예수님의 기도말씀에서처럼, 사목의 대상은 신자라는 이름으로 구분지어질 수 있는 울타리 안의 성원만이 아니라, 그들이 매개가 되어 복음화해 가야 할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등 인간사의 전 영역에 해당하는 것이 아닐까?
사람들은 이제 어떠한 종류의 제도나 기관이라 하더라도 개인의 자율권을 제한하는 권위주의나 전체주의에 대항하면서 주체성 있는 개인으로 서기를 바란다.
따라서 교회 내 단체들의 활동도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것이어야 하며, 시민 단체의 자원봉사자들이 가질 수 있는 주체적인 시민으로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보람을 맛보게 하는 것이 아니면 안 된다.
요즈음 한국 사회에서 기성종교의 교세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여 사람들이 초월적인 가치에 관심이 없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영성」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는가 하면 여기저기 영성과 관련된 단체들이 문전성시를 일으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는 영성이라는 것이 특정 종교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해 준다. 오늘날의 시대는 하느님이라는 직접적인 말 없이 하느님을 전하고, 예수님을 팔지 않고 복음의 가치를 삶으로 전할 때 더 큰 설득력이 있다. 예수님께서 세상 한 가운데서 하느님의 사랑을 온 몸으로 보여주셨던 그 삶이야말로 우리가 살아내야 할 육화의 영성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21세기가 문화와 영성의 시대임을 각성하며 문화의 복음화를 실현하고자 했던 교회내 한 월간지가 창간 5주년을 눈앞에 두고 납득할만한 뚜렷한 이유 없이 휴간에 들어간다는 것은 여간 큰 실망이 아닐 수 없다.
구독자의 수가 7000명에 가까웠고, 그 중 8%가 비가톨릭이었다면, 그 상징적인 의미는 문화 선교면에서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본당 중심의 사목에서 한 걸음 나아가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 눈을 돌릴 수 있는 적극적인 사목방침이 나와야 할 것이다. 가톨릭신자 개개인이야말로 세상의 복음화를 위해 가장 많이 책임을 느껴야 할 주도적인 시민이라는 의식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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