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는 봄을 재촉하고 가을비는 겨울을 재촉한다는 자연의 섭리처럼 지난 주말 단비가 내리더니 금방이라도 새순이 돋을 것 같아 텃밭을 일궈야겠다는 마음이 급했다.
서둘러 삽을 들고 텃밭을 일구다 삽에 딸려 나온 과자봉지 한개를 발견하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왜냐하면 그 이름도 선명하게 찍혀있는 그 과자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생산이 되지 않는 그런 과자종류였기 때문이다. 즉, 10년도 훨씬 넘게 지금까지 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분해되지 않는 비닐봉투를 우리는 참 많이도 사용하고 있다.
과연 그렇게 쓰고 버려지는 비닐제품으로 우리나라 국토가 얼마나 몸살을 앓으며 오염되고 있을지를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해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거창하게 환경운동가는 아니지만 고집스럽게 생활쓰레기를 분리하여 왕겨를 켜켜이 뿌려가며 발효시켜서 언제나 봄이면 우리집 텃밭의 거름으로 사용하는데, 요즘 편리하게 사용되는 화학비료보다 사용하기는 번거롭지만 그 효과는 두 서너배로 비교할 수가 없다.
물론 화학비료보다 훨씬 좋은 효과를 보기도 하지만, 그렇게 겨우내 생활쓰레기를 모아서 발효시킨 퇴비를 새봄에 텃밭으로 옮길때마다 나는 항상 흙에서 왔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섭리를 깊이 깨닫게 되기 때문에 더욱더 고집스럽게 생활쓰레기 분리수거에 열심인지도 모른다.
사람의 눈으로 볼때는 더럽고 냄새나는 짐승의 똥에서부터 들꽃이나 다른 들풀들의 씨앗이 옮겨지고 그 풀들을 짐승들이 뜯어먹고 또다시 배설하므로 자연스럽게 자연산천이 이루어지듯 사람들도 자신들이 먹는 것과 배설물을 인위적으로 배출해버리지 말고 자연현상으로 돌린다면 모든 만물이 흙에서 왔다가 흙으로 자연스럽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만물을 새롭게 하시는 하느님께서는 희망찬 새날을 활짝 열어주신다.
하느님께서 다스리시는 세계에는 결코 좌절도 실망도 없고 오직 새롭게 하시는 은총만 있을 뿐이다.
텃밭을 일구며 흙에서 왔다가 흙으로 돌아가는 진리를 깨닫게 해주시는 하느님께 합당한 사람이 되어 암울한 오늘의 현실에 소망의 빛을 비추는 사람으로 살게 해주시라고 재의 수요일을 지내며 주님께 청해본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