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가장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꼽으라 하면 누구든 아무런 이의없이 정치인들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개인과 집단적 이기심이 가장 극명하게, 그리고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분야가 바로 정치권일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유권자의 역할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권력을 공동선을 위해서 사용하도록 모든 유권자들은 항상 지켜보고 감시함으로써 나라가 올바른 길로 나아가도록 정치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거에 주체적이고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유권자의 권리와 의무를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다가오는 총선에 대비해 유권자 운동을 펼치기로 한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의 취지에 적극 공감한다.
최근 서울대교구 정평위는 정기회의를 통해 모든 가톨릭 신자들을 중심으로 유권자 운동을 펼치기로 결정했다. 정평위는 이를 위해 총선 입후보자 개인과 각 정당의 정책을 식별할 수 있는 구체적인 판단 기준과 행동 지침을 마련해 제시하기로 했다.
교회가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일부에서는 약간의 오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종교는 종교 본연의 소명에 충실해야 하며 권력 다툼이나 정치적인 이해 관계에 기울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종교가 공동선을 위해 노력하며 불의하거나 불합리한 정치 행위에 대해 복음적인 가르침을 바탕으로 세상을 하느님 나라와 가깝게 변혁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역시 종교가 지닌 본연의 역할에 속한다고 하겠다.
특히 우리는 그렇게 많은 그리스도교 신자 정치인들이 현실 정치에 참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의 정치가 공동선을 구현하기보다는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구태의연한 행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음을 보면서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정평위는 앞으로 발표할 지침에서 인권, 평화, 생명, 환경, 가정, 가난한 이들에 대한 태도 등 복음적 가치에 입각해 입후보자들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이 기준에 따라 엄정하게 정치인들의 정책 방향과 행위들을 판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유권자 운동이 단지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일상적인 정치 참여 자세로 확립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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