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는 한 편의 영화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달려 숨을 거두기까지의 순간을 묘사한 「그리스도의 수난」이라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제작 초기부터 반유대적인 감정을 불러온다고 해서 논란이 됐고 재의 수요일을 기해 개봉되면서부터는 이른바 「대박」을 터뜨려서 또 다시 화제가 됐다. 예수의 생애, 더욱이 그 구원 경륜의 가장 극적인 순간을 묘사한 이 영화가 이처럼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오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는 유념해 봐야 한다.
현대에 들어와서 성서를 주제로 한 많은 영화들이 만들어졌다. 「벤허」나 「십계」 등은 종교영화일 뿐만 아니라 영화사에 길이 남을 불후의 명작들이며 관객들로 하여금 잃어가는 종교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던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대중문화 상품들은 어떠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교회는 대중매체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복음화를 위한 도구로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이러한 선견지명에도 불구하고 정작 한국교회 안에서는 효과적인 복음화의 도구가 될 수 있는, 영화를 포함한 대중문화 상품과 현상에 대해서 평가, 식별하고 지침을 주는 기회가 드물었다.
예컨대, 지난 몇 년간 인기를 누렸던 영화만 보더라도 그리스도교 신자의 입장에서 식별해야 할 요소가 많은 영화들이 적지 않다. 즉 「해리 포터」가 지닌 마술적 세계관, 「매트릭스」가 보여주는 성서적 상징의 차용이나 사이버 세계에 대한 전망과 가치관, 그리고 「반지의 제왕」이 품고 있던 선과 악의 대립 구도와 인간의 본질적 욕망에 대한 묘사 등은 신학적으로 반성하고 유념해야 할 부분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도의 수난」 역시 4월이면 국내에서 개봉될 것이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관람을 하게 될 것이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각자가 해야 할 몫이지만 전문적인 식견을 갖춘, 교회 안의 신학자나 대중문화 전문가들이 이들 영화를 비평하고 식별해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
나아가 영화뿐만이 아니라 대중음악과 미술, 연예와 스포츠 등에 이르기까지 대중문화 현상에 대해 가톨리시즘에 입각해 비평하고 식별하는 작업이 상시화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물론 세속 문화에 대해 일방적인 잣대로 재단하는 비난이 아니라, 대중문화가 인간의 정신을 고양하는 문화가 되도록 돕는, 「문화의 복음화」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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