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을 시작하며 여느해와 같이 집에 가지고 온 빨간 돼지저금통.
책상위에 툭 던지고는 몇주째 눈길을 주지 않았다. 아니 시선을 두지 않으려한 것이 맞는 듯 하다.
어릴 적, 빨간 돼지에 밥을 주기 위해 간식도 아끼고, 하고픈 것도 참아가며 한푼 두푼 모았었다. 그리고 동전 하나하나 넣을때 뿌듯함을 느끼곤 했던 기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지금의 난…. 나를 희생하려거나 나누려는 마음이 없다. 아니, 사순의 의미조차 새기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대충대충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나의 책상 위 돼지가 배고픔에 떨때 나의 배를 채웠고, 내 이웃이 도움의 손길을 뻗힐때 손을 움켜지고 펴지 않으려 했다.
문득 달력을 보는 순간, 사순 제 몇주일이라는 붉은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지금부터라도 사순절을 제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해마다 부활절을 맞으며 「잘 살걸」하는 후회의 마음이 들지 않도록….
그리고 그동안 굶주려왔던 돼지저금통에도 나의 희생과 정성을 담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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