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미사를 드리기 위하여 성당 마당에 들어서서 주일학교를 마치고 나오는 중.고등학생들을 보면서 내 학창시절의 성당생활을 자주 떠올리곤 한다.
초등학교 1학년때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을 다 외운 친구들을 주일학교 선생님께서 빵집으로 데리고 가 빵을 사주셨던 일, 신부님께서 새벽미사 복사를 하느라 수고하였다고 사제관 냉장고에서 과일을 꺼내 먹으라고 주시던 일, 중.고등학생 때의 여름방학 캠프, 중고등부 교리경시대회 준비, 그리고 마음속으로 흠모하던 여학생과의 만남을 기대하며 마음 설래었던 일, 토요일과 일요일을 손꼽아 기다렸던 일 등등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옛추억을 듣고는 주일학교를 다니면서 신앙생활보다는 주로 노는 것만 기억에 남지 않느냐고 핀잔을 줄지도 모르지만, 주일학교 시절을 보내면서 알게 모르게 느꼈던 신앙심이 내 생활에 중심이 되어 나의 학창시절을 바르게 이끌어 주었다.
꿈과 희망에 부풀던 학창시절을 성당마당에서 함께 기뻐하고 고민하면서 생활해 온 선후배들이 순수했던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며 나누기 위해 10여년 전에 모임을 결성하여 정기적으로 온 가족이 함께 모이고 있다. 각자 사는 형편이 달라도 주일학교 생활을 함께 하였다는 끈으로 단단하게 연결되어 친가족처럼 지내고 있으며, 어른들 뿐만 아니라 2세들도 친형제 이상으로 사랑을 나누고 있다.
얼마 전부터 모임의 한 회원이 뜻하지 않게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데, 매일 밤 10시에 모임의 전 가족이 각자의 집에서 고리기도를 하며 그의 쾌유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일상생활에 바쁜 나날들이지만 언제나 정성껏 드리는 기도에서 신앙심을 재확인할 수 있는 등의 주일학교 시절에 만났던 사람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그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내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내가 주일학교에서 경험했던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며, 그 시절에 만난 사람들과의 계속적인 만남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각 본당마다 주일학교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며, 주일학교 활성화를 위하여 교구별로, 또는 각 본당별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내가 경험한 주일학교와 지금의 주일학교는 대상 아이들의 수, 사회적 환경에서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일학교를 다닐 연령의 아이들을 둔 부모들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내 자신부터 내 아이들의 학교성적에 우선권을 두고, 학업에 지장을 준다는 생각에 주일학교 참여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주일학교의 결석을 종용하기도 한다.
교회는 창설자이신 그리스도로부터 받은 사명을 수행하고, 모든 사람에게 구원의 신비를 알리며, 모두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기 위하여 신앙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특히 교회는 심리적으로,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시기에 있는 청소년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여 신앙생활이 그들 생활에 큰 보탬을 주며, 인생에 커다란 가치가 있다는 것을 확신시켜 주고 그들의 이상을 그리스도 안에서 형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역할을 주일학교에서 담당할 수 있도록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도와 주어야 한다.
이는 내 아이의 문제뿐만 아니라 한 나라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어떻게 교육되고 있는가가 그 나라의 장래를 알 수 있게 하듯이 교회의 주일학교 교육은 교회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앙인으로서 부모가 자녀에게 물려줄 것은 물질적인 재산도 사회적인 지위도 아니고, 자녀들이 신앙인으로서 올바르게 생활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여 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자녀들의 올바른 신앙생활을 위하여 부모가 솔선수범하여 주님의 말씀에 따라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주일학교와 같은 공동체 생활을 통해 사랑을 나누고 신앙을 증진시키는 것도 중요하리라 여겨진다.
나는 주일학교 생활을 통하여 많은 것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업이라는 미명하에 나의 자녀에게서 이러한 소중한 것들을 빼앗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더불어 1주일 내내 학교 수업과 학원 또는 과외 수업으로 지친 우리 자녀들이 주일만이라도 주님의 품에서 모든 것을 잊고 하루를 보내며 신앙의 성적을 높일 수 있도록 하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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