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가브리엘은 이른 새벽에 출근합니다. 일을 하고 아침식사를 위해 잠시 집에 들어옵니다.
어느날, 집에 오자마자 평소와는 달리 초를 깎았습니다. 초를 다 깎은 후, 촛불을 켜더니 아침기도를 함께 바치자는 것이었습니다.
저녁기도는 온가족이 잘 바치고 있지만, 아침기도는 항상 저 혼자서 외롭게 바치고 있었습니다.
아침기도를 함께 바치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이날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요.
『단 두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 20)라는 복음말씀처럼 가족과 함께 짧게라도 매일 매일 아침기도를 바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언젠가 본당 신부님께서 강론을 통해 온가족이 세례를 받았다고 모두 성가정이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성가정은 온가족이 기도로써 하루를 맞이하고, 기도로써 하루를 마감하면서 주님을 가정 중심에 모시면서 그분께 흠숭과 공경과 찬미와 감사를 드리며 복음 말씀에 따라 살려고 노력할때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가족과 같이 아침기도 바치는 것이 뭐가 그리 기쁘고 대단한 것이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값비싼 어느 선물보다도 가장 소중한 영적 선물인 가족이 함께 아침기도를 바치는 것을 선물해준 남편 가브리엘에게 감사했습니다.
회개와 참회의 시기인 사순절을 맞이해서 주님의 수난을 묵상해보면서 십자가 없는 영광스러운 부활이 없듯이 저에게 맡겨진 십자가를 힘들다고 거부하지 않고 잘 짊어지고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유교의 뿌리가 흔들린다고 성당에 가지 않겠다며 완고했던 남편이 오랜 세월이 지나서 주님의 자녀, 가브리엘로 다시 태어나게 해주시어 조금씩 조금씩 변화되어가는 삶을 살게해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