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바람이 분다. 봄이다. 개학을 맞은 대학교정에 학생들이, 젊은이들이 활기찬 모습으로 오간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어스름 저녁 무렵에 운동장에선 무슨 일들이 벌어지는지 힘찬 구령소리와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삼사십 명씩, 적게는 열댓 명씩 운동장 뺑뺑이 돌고, 엎드려뻗쳐 있고 난리다. 아니! 아니, 무슨 군사훈련이지? 아차, 작년에도 보았던 대면식이다.
새내기들을 맞아 학과선배들이 베푸는 의식이다. 기숙사로 인사불성이 된 여학생이 업혀 들어온다. 『왜 그러니?』, 『저어, 대면식 끝나고 술 마셔서요』
참 어이가 없다. 80년대 나의 대학생활 때도 드물었던 풍경이다. 고교동문회라면 몰라도.
서로 아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면서, 힘들고 긴 시간을 거쳐서 이뤄야할 만남을 하루 만에 만들고 싶나보다. 기합주고 나서 술 먹이면서 「이만큼 너를 환영한다고, 또 좋아한다고」말하려는가 보다. 그렇게 억지의 만남을 만들고 싶은건지.
「나와 너」의 참된 만남은 서로의 인격적인 만남이고, 「나」와 「다른 나」와의 주체적인 만남이다. 유다인 철학자 마르틴 부버의 말이다.
그 반대의 만남은 「나와 그것」의 만남이다. 나만을 고집하고 나의 코드에 맞추기를 강권하는 만남, 그것은 결국 「개코」같은 만남이 아닌가. 「개코」를 강조하는 사회에 살다보니 학생들도 저런 의식을 치르나 보다. 대화와 타협을 외면하고 자기 고집만 내세우면 결국 파탄이 아닌가. 국가도 가정도 말이다.
기성세대를 거부하고 민주와 자율을 부르짖는 젊은이들조차 이런 군사문화적인 대면식을 치른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가슴 아프다. 내일 또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가서 외치리라. 『개코같은 짓 이제 그만 해! 모조리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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