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마음대로 오갈 수 있을까? 적어도 아직까지는 소설같은 이야기이고 불가능하다. 그래서 엎질러진 물과 시위를 떠난 화살은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어떤 치과의사 한 분은 만날 때마다 타임머신을 생각나게 한다.
요즘 나의 치아를 손보고 있는데, 그분은 아직도 재작년의 신문을 읽고 있다. 이유인즉슨 신문을 꼼꼼히 읽느라 그날의 신문을 그날 다 못 읽고 밀려서 그렇단다. 얼마 전에 9.11테러 때의 신문을 읽었다고 했다. 타임머신으로 치자면 고장이 나서, 진행되는 현재도 못 따라오는 셈이다. 그분의 집에는 TV도 없단다. 그래도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고 세 자녀를 훌륭히 키우며 아무 탈없이 잘 산다. 지난 신문들을 차곡차곡 모으는 정성도 이만저만이 아닐 듯 하다.
그렇게 신문을 읽다보니 좋은 점도 있단다. 과거지사의 옳고 그름이 평가되고, 그 결말이 어찌된 것인지를 다 아는 시점에서 기사들을 읽다보니, 삶의 이치를 관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역사가 평가하리라』 운운하는 사람들은 그분에게 『딱 걸렸어』이다.
우리는 후회할 말들, 행동들을 무수히 내뱉고 저지른다. 내일 그리고 모레가 되면 그 과거지사 땜에 무슨 대가를 치러야 될 지도 모르면서….
과거의 후회스러움을 지금의 것으로 마음에 깊이깊이 새겨야한다. 후회하지 않는 내일을 위해서 말이다. 과거를 잘 돌아본다는 것은 바로 내일을 미리 바라보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타임머신이 없이도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오가며 더 행복한 인생을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은가. 지금 이 순간, 내일을 생각하자. 내일 바라본 오늘 나의 모습이 부끄럽지 않도록.
하느님 앞에서 우리 삶의 결산서를 제출할 때 부끄럽지 않아야 할텐데…. 큰일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