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교단이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를 마치면서 발표한 담화문은 크게 두 가지를 그리스도교 신자들과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는 우리 사회가 더 이상 갈등과 대립으로 분열돼서는 안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가오는 총선에 모든 유권자들이 빠짐없이 참여해 올바른 선택 기준을 바탕으로 국민의 신성한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두 가지 지적의 바탕에는 정치와 정치 활동의 목표가 공동선의 실현이라는 인식이 굳게 자리잡고 있다. 「선거와 공동선」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이 담화문은 정치 공동체가 공동선을 위해 존재하며 공동선에 기여하지 않을 때 정치와 정치인, 정치 활동은 결코 자신을 정당화할 수 없으며 어떤 권리도 부여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치가 국민의 선익을 위해서, 즉 공동선을 위해서 기여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어떤 것이 공동선을 위한 구체적인 행위이냐 하는 것을 분별하고 식별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여기에서 의견과 주장이 다른 정당과 정치인, 그리고 이들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의사가 갈라진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찬반을 둘러싸고 이어지고 있는 다양한 집단적 의사 표시에 대해서도 역시 자제해야 한다, 또는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들이 맞서며 그 자체가 다시금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담화는 이러한 엇갈린 의견들에 대해서 우선 화해와 일치를 호소한다. 특히 정치 문제와 관련된 갈등과 대립 양상이 자칫 교회 안으로까지 확산될 것을 우려하면서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평화의 일꾼이 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자제를 요청하는 주교단의 권고를 지지한다. 최근 몇 년 들어 이어지고 있는 진보와 보수, 혹은 계층간의 갈등 양상과 관련해 교회 안에서도 분명히 적지 않은 의견차들이 엿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첨예한 정치적 갈등을 둘러싼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우리는 이제 법적인 판단과 함께 고도의 정치 참여 행위인 선거를 통해서 우리의 의견과 주장을 표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관건은 선거이다. 작금의 정치 실태에 대한 유권자의 판단은 선거를 통해서 판명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결코 우리는 국민으로서 우리의 권리를 한 사람이라도 포기해서는 안된다. 나아가 그러한 판단의 절대적인 기준은 공동선의 실현에 얼마나 부합하는 정치인이며 정당이며 정책인가 하는 것이다. 더욱이 그리스도인들은 그것들이 교회의 가르침, 하느님의 뜻에 얼마나 부합하는가를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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