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으시고 난 뒤, 광야에서 사십 일 동안 사탄의 유혹을 견뎌내신 예수님은 갈릴래아로 가셔서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습니다. 여러분은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시오』라고 말씀하시면서 공생활을 시작하셨다. 이 때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의 나라에 대한 관심은 이 말씀을 직접 들은 사람들과 초기 교회 그리고 그 이후의 교회 안에서 살던 사람들과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 모두 언제나 크게 지니고 있다. 사람은 자의식을 가져 자신의 삶과 죽음, 유한성을 인식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나라의 정체는 무엇이며,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일까? 때가 찼다는 것에 대한 예수님의 생각은 어떤 것일까? 그분이 생각한 하느님의 나라는 어떤 것이며 어디에 어떻게 다가 와 있는 것으로 생각하셨을까? 또한 당신이 이해하신 복음은 어떤 것인가?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 왔다는 말씀 자체가 복음인가? 아니면 어떤 내용이 따로 있는 것인가? 예수님은 이러한 것에 대해 깊고 분명한 생각을 많이 가지고 계셨을 것이고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셨을 것이지만, 지적 호기심이 많은 현대인이 만족할 만큼 충분한 설명을 복음서에서 읽을 수는 없다. 이 질문들에 대해 신학자들이 고찰해 놓은 것을 어느 정도 살펴보자면 상당한 수준의 학문적인 논문이나 저서의 형식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지구의 중력을 이겨내고 하늘로 오를 수 있는 교통수단을 가지지 못했던 시절에는 오랫동안 이 하느님의 나라가 저 높은 하늘 어느 곳에 있을 것으로 생각했음을 우리는 신앙고백 양식들과 수많은 문헌들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그 당시 사람들은 그 정도의 표상으로도 큰 갈등을 느끼지 않고 그들의 신앙생활을 해 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오늘날 비행기를 타고 하늘 높은 곳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는 것은 원하기만 하면 누구나 체험할 수 있는 일이고, 특수한 훈련을 받은 다수의 사람이 우주선을 타고 지구궤도를 도는 경험을 했고, 개중에는 달까지 다녀온 사람들도 있다. 이들이 전해 준 여러 자료들과 체험고백을 접한 현대인은 이제 하늘 저 높은 곳에 하느님의 나라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아직도 신앙생활에서 접하는 신앙의 표상들과 언어들에서 우주선이 개발되기 이전의 표상과 언어들을 자주 접하게 되는 현대인들의 마음 속에 이런 저런 갈등과 혼란이 일어날 것은 쉽게 짐작이 가는 일이다.
이런 시대에 다시 한 번 더 물어본다. 예수님이 선포하신 하느님의 나라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자연과학을 발전시켜 응용한 기술로 로케트를 만들어 하늘을 뚫고 나아가 달에 다녀온 자연과학자들은 하느님의 나라를 지나서 달에 다녀온 것일까? 이들이 전하는 각종 보고를 접해보면, 이들은 달에는 다녀왔지만 하느님의 나라에는 다녀오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자연과학으로 달에는 다녀올 수 있지만 하느님의 나라에 다녀올 수 없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느님의 나라는 첨단으로 발전하는 과학기술과 특수한 훈련을 받은 뛰어난 사람들만이 갈 수 있는 나라가 아닌 것이다. 그리고 그 나라는 아무도 갈 수 없을 만큼 달보다 더 멀리 있는 것도 아닌 것이 분명하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면 그 나라에 갈 수 있음을 예수님이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하면, 하느님의 나라는 바로 나와 이웃 안에 있다. 그리고 그 나라에 가는 것은 그리 크게 어렵지 않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다. 내가 원하기만 하면 하느님의 나라는 현재 이 순간 내 안에서 전개될 수 있고 이웃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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