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3일자 독자란에 「장례나 혼인미사 주례 주임 신부님이 했으면」에 대해 내 경험을 예로 들어 한 마디 반박하고자 한다.
나의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으레히 주임 신부님께서 장례미사를 집전하실줄 알았다. 보좌 신부님께서 입장하셨을 때 뜻밖이었으나 곧이어 이해가 되었다.
강론 시간에 나의 집안 얘기를 하셨는데, 보좌 신부님께서 병자 봉성체를 위해 수년간 가정방문을 하시다보니 주임 신부님보다 자연 가정 분위기를 잘 알게 되신 때문이다.
시간이 지난수록 오히려 주임 신부님의 겸손과 따뜻한 배려가 돋보였다. 이 외에도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혼인, 장례미사 때 「저렇게 어린 신부님」이라고 민망하게 여기며 함부로 재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혼인, 장례미사는 성사로서의 유효성이 우선이다.
미사집전이 합당하게 서품받은 사제에 의해 이루어지면 그것으로써 은총이 충분히 주어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제 연륜에 있지않다.
이것을 알면서 미사집전 신부님이 주임 신부님이 아니라고 하여 불만을 표시하는 것은 그만큼 사제성소의 위대함에 대한 인식의 부족이다.
나아가서 사제의 연륜을 초월하여 역사하시는 하느님의 성령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다. 소위 덕담이라하는 것은 세속에서는 연륜에 있을지 모른다. 거룩한 성교회에서는 겸손과 믿음의 덕으로 대해야 한다. 사제 영입을 위해 박해시대 때 순교선열이 겪은 온갖 고충을 생각해보라! 그 때 사제의 나이를 따졌었는가? 우리나라 수호 성인인 김대건 신부님이 순교하셨을 때 나이는 26세였다.
집안 사람들, 비신자, 타종교인들을 의식한 구색 맞추기로 사제의 나이를 취향대로 고르려 한다면 이것이야 말로 신자로서의 본분과 격에 맞지 않다. 오히려 성교회와 사제의 입장에 서서 겸손과 온유함으로 「그리스도를 옷입듯이」입은 신자로서의 본분을 아낌없이 드러내도록 해야 한다. 거행되는 성사의 신성함을 세속의 가치기준으로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아무에게서도 「판단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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