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은 대통령이 직무 정지된 전례 없는 긴박한 상황이다. 노동자들의 춘투도 숨죽이고 있다. 예수님의 부활을 경축하고 있는 지금, 선량을 뽑는 총선이 바로 눈앞에 다가와 있다.
현재의 이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얻기 위해 우리 정치의 현대사를 찰나로 되돌아보니, 60년도 안된 과거에 우리나라는 존재하지 않았고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식민지였다.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가져오지 못한 8.15 해방은 곧 분단으로 이어졌고, 5년 후 남과 북간의 첨예한 이념 대립은 6.25라는 엄청나게 피비린내 나는 동족 사이의 전쟁을 일으켰고 극도의 빈곤만 남겼다. 계속되는 이승만 독재와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 정권은 유신체제로 이어지더니 10.26 사태와 함께 사라지고, 이어서 1980년 광주민중항쟁을 학살로써 진압하고 정권을 잡은 전두환.노태우 정권이 지나가고, 그들과 타협한 김영삼, 김대중 정부가 어렵사리 자리를 잡아왔다. 더구나 현재의 노무현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힘이 약해서 대통령의 직무마저 정지당하기까지에 이르렀다. 이 60여년의 역사 동안 참으로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죽고 폭력에 희생당해왔다.
예수님의 부활을 맞이한 이 땅의 그리스도 신자들은 우리의 정치 역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파스카의 눈으로 그것을 읽어야 한다.
옛날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조상들이 이집트에서 종살이하다가 탈출해서 결국 가나안 땅에 정착하게 된 것을 야훼 하느님의 손길로 말미암은 파스카로 이해하고, 또 처음부터 그리스도 제자들이 주님이신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을 새로운 파스카로 이해하고 부활의 기쁨을 간직했듯이 오늘 이 땅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 신자들은 우리의 정치 역사를 죽음과 부활의 파스카로 해석해야 한다.
숨 가쁘게 이어오는 한국의 현대 정치사에서, 특히 목숨을 바쳐서 희생된 많은 동족의 죽음과 희생에 멈추지 않고 이 고난의 역사에 파스카의 물결이 도도히 흐르고 있음을 알아보아야 한다. 그래서 오늘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경축하듯이, 우리나라의 고난에 찬 정치 현실에서 죽음에서 새 생명을 일으키는 부활의 능력을 지닌 하느님의 역사와 능력을 알아보아야 한다.
『피조물 자신도 썩음의 종살이에서 마침내 하느님 자녀의 영광스러운 자유로 해방되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로마 8, 21).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그리스도 신자들은 이미 부활의 힘이 한반도 역사 안에서도 꿈틀거리고 있음을 확신하면서, 하느님의 부활능력을 신뢰하면서 큰 희망을 우리 겨레에게 전해야 한다. 총선을 치르는 이 한국 정치의 현장에 예수님의 부활이 선포되어야 한다. 아수라장과 같은 정치 현실에도 예수님의 부활과 한국 정치의 부활이 함께 선언되어야 하는 것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말씀을 되새겨보자. 『분명히 수많은 환난 가운데에서 악을 거슬러 싸우고 죽음까지도 겪어야 할 필요와 의무가 그리스도인을 재촉하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파스카 신비에 결합되고 그리스도의 죽음에 동화되어 부활을 향한 희망으로 힘차게 나아갈 것이다』(사목 22, 4).
예수께서 부활하시고, 우리는 그분과 하나가 되어서 부활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이는 세례와 성체성사가 잘 말해주고 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는 것은 세상에서 이뤄진다. 한국 정치도 이번 총선을 특별히 부활 축제 중에 치르게 되는데, 이 부활 축제 한가운데서도 그리스도 신자들이 예수님의 부활을 맛보고 자신의 부활을 체험할 뿐만 아니라 한국 정치에도 부활이 실현되기를 갈망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리스도 신자는 인간의 모든 활동을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로 정화하고 완성으로 이끌어야 한다』(사목헌장 37).
그리스도 신자들은 미사의 절정에서 장엄하게 선언한다.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우리는 주님의 죽음을 선포하고 그분의 부활을 믿나이다』
이번 총선으로 한국 정치에서 예수님의 부활을 완전히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끊임없이 선언하는 그리스도 신자들은 삶의 현장에서 부활을 선포하지만, 다시 십자가를, 그리스도의 남은 십자가(골로 1, 24)를 짊어지고 계속해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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