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시아파 교도들마저 들고 일어날 조짐이다. 전쟁상태를 어떻게 좀 미봉하여 「민정이양」으로 가볼까 생각하던 미국은 어느 도시에선가 미국 시민의 시신이 줄에 매달려 끌려 다니는 끔찍한 일이 발생한 후 다시 이를 갈고 있다. 이렇다면 다시 반복이다. 9.11 테러와 전쟁, 이라크의 굴복과 저항, 또 싸움, 그 상태가 계속된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원래 살던 땅에서 천년도 더 전에 떠나 유랑길에 오른 이스라엘 사람들이 천년도 더 지나 제땅이라고 찾아간 곳에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미국이나 영국 같은 강자들의 힘을 빌어 이스라엘 사람들이 그 땅에 살던 사람들을 쫓아내고 정착하는데는 성공했지만 그 즉시 팔레스타인 사람들과는 원수가 되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천년 전의 고향땅을 회복했다고 하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 입장에서도 거의 천년동안 살던 땅에서 쫓겨난 것이다. 싸움, 또 싸움, 보복과 역보복.
확실히 피는 피를 부른다. 사람들은 피를 부른 근원이 어디에 있나 따진다. 내가 보기엔 네가 근원이고 네가 보기엔 내가 근원이다. 그것 가지고 또 싸운다. 피를 부른 근원을 따지는 일은 언뜻 보면 중요한 듯 하지만 사실은 그 일 때문에 더 끔찍한 피의 싸움이 시작된다.
오히려 피를 부르는 피의 싸움에서는 누가 강자인가를 따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대개의 경우 피의 싸움은 강자가 자기 논리를 약자에게 강압적으로 적용시키려는 데서 비롯한다. 강자는 늘 유혹에 시달린다. 약자를 상대로 힘을 발휘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 유혹에 넘어갈 때 부당하고 정의롭지 못한 피의 싸움이 시작된다. 이런 싸움을 시작하려는 자들이 떠올려야 할 교훈적인 전쟁이 하나 있다. 바로 베트남 전쟁이다. 미국도, 프랑스도, 어느 누구도 이 싸움에서 베트남을 이기지 못했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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