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으로 인한 소용돌이 속에서 4.15 총선이 끝나고 17대 국회가 구성됐다. 차떼기로 웅변된 부정부패와 탄핵소추의 당리당략으로 일관되던 구태는 이제 멀리하고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한 정치를 펴나가라는 것이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요청일 것이다.
이번에도 70명이라는 적지 않은 수의 가톨릭 신자 국회의원들이 탄생했다. 우선 교회의 울타리 안에서 함께 믿음을 나누고 있는 이 분들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해 마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전하고자 하는 축하의 뜻은 이분들이 국민들의 공복(公僕)으로서 자신들의 책임과 의무를 다할 때에만 유효한 것이다.
만약 신자 의원들이 과거와 마찬가지로 국정에 봉사하고 공동선에 이바지하는데에는 관심이 없고, 개인적인 이기심이나 소속 정당의 집단 이기주의에 집착해 정쟁을 일삼고 부패에 연루되는 행태가 재연된다면 모든 신자들은 일반 유권자와 함께 즉각 그에 대한 엄정한 판단을 하게 될 것이다.
사실 신자 의원들이 그동안 보여준 모습은 부끄럽기 그지없는 것들이었다. 이들의 정치 활동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복음과 교회의 가르침에 입각한 신앙적인 자세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가톨릭 신자 정치인들은 일반적인 공직자의 윤리 외에도 그리스도교 신자로서의 특별한 의무와 책임을 지닌다. 예컨대 지난 1월 8일 미국 레이몬드 버크 주교는 이례적인 교령을 발표했다. 낙태나 안락사 등 반생명적인 행위를 지지하는 가톨릭 신자 정치인은 이에 대한 자신의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힐 때까지 영성체를 금지한다는 것이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직접적으로 입법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인간 생명을 공격하는 어떤 법에 대해서도 반대해야 하는 무겁고 명백한 의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의무는 비단 가톨릭 신자 정치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신앙과 삶이 일치된 모습을 보여야 하는 신자 정치인들에게는 이러한 의무가 더욱 막중하며,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잃어버릴 경우 그것은 「공적으로 무거운 죄악」이며 「모든 신자들에게 악표양」이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신자 국회의원들에게 형제적 사랑을 보여주는 동시에 신자이기 때문에 더욱 엄중한 기준에 따라 질책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모든 신자 국회의원들이 분발해 우리 정치와 사회에 참된 빛과 소금이 되어주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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