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7일부터 20일 사이에 로마에서 「생명유지 치료와 식물인간」이라는 주제로 국제 가톨릭 의사협회의 학술대회가 개최되었다.
교황님께서는 참가자들에게 주신 메시지에서 「식물인간」 상태에 있는 환자들의 회복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그 분들의 가치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에 대하여 강조하셨고, 하느님께서는 그 분들에게 사랑의 눈길을 보내고 계시어 도움을 필요로 하는, 당신의 자녀들임을 알려주시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이어서 그 분들에게 기본적인 건강관리(영양, 수분공급, 청결, 체온유지 등)와 침대에 누워있음으로 해서 발생하는 부작용의 예방 조치, 그리고 적절한 재활치료 등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분명하게 밝히셨다.
1) 식물인간 상태는 뇌사상태와는 다른 것이다.
뇌사의 경우에는 대뇌와 생명 중추가 있는 숨골이 모두 기능을 잃어서, 내버려 두어도 사망에 이르게 되나, 식물인간 상태는 대뇌의 기능은 상실했어도 생명의 중추는 살아있어 의식이 없지만 생명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는 상태이며, 교황님께서 지적하신 바와 같이 장기적으로 기다리면 회복이 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에게 생명보조를 위한 조치를 중단하는 것은 바로 안락사요,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살인 행위인 것이다.
2) 안락사인 것과 안락사가 아닌 것
안락사는 의사가 환자에게 사망에 이르는 도구나 약제를 제공해서 환자 스스로 시술하여 죽음에 이르는 간접적 안락사(의사보조 자살)와 의사가 직접 환자를 사망하게 하는 직접적 안락사로 분류할 수 있으며, 무의미한 치료의 중단이나 뇌사자에게 장기가 손상되기 전에 장기이식을 할 목적으로 생명 보조 장치를 제거하는 무의미한 치료 철회 등은 안락사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과거에 윤리학자들이 무의미한 치료의 중단이나 치료철회 등을 소극적 안락사라는 이름으로 부른 적이 있어 지금도 이들을 안락사로 혼동하는 경우가 있고, 현재 안락사를 정의하는 데에 극심한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국내에서 안락사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무의미한 치료의 중단이나 치료 철회가 필요한 경우들을 예로 들면서 안락사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으나, 그러한 경우들은 전 세계적으로 안락사가 아닌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몇 년 전 대한의사협회에서 「의사윤리 지침(안)」을 발표하면서 무의미한 치료의 중단을 소극적 안락사라고 잘못 표현하여, 의사들이 안락사의 합법화를 요구한다는 거센 비난에 직면한 적이 있다.
3) 정말로 고통스러운 환자들에게 어떻게 해주어야 할 것인가?
안락사 허용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말기 환자들이 필연적으로 견딜 수 없는 고통이 올 것이라고 전제하고 그 때 고통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상실하느니 안락사를 하라고 권한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말기 암으로 임종을 앞둔 분들 중에 격심한 고통이 해결되지 않는 분들이 있음을 흔히 경험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분들은 교회의 가르침 때문에(?) 다른 대책이 없이 고통 속에서 신음하면서 임종할 날 만 기다려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호스피스, 완화의학이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이다.
호스피스 완화의학에서는 말기 환자들과 그 분들의 가족이 겪는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 영적, 정서적, 사회적 문제들을 각 분야의 전문가가 하나의 팀으로 도와줌으로써 환자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편안한 삶을 살다가 가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아울러 환자의 임종 후에 남는 가족들이 겪는 사별의 슬픔까지 도와주는 행위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행위는 교황님께서도 강조하셨듯이 「너희들 가운데 가장 어려운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마태복음 25장 40절)라고 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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