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가 지긋한 성직자들에게 신부가 된 동기를 물으면 많은 이들이 「쌀밥과 계란이 먹고 싶어서」라고 말하고 있다. 전혀 성소의 동기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들을 아주 자신 있게 대답하는 것을 볼 때 그 내면에 깔린 신앙의 깊이를 돌아보게 된다.
가족이 함께 모여 잠에서 덜 깬 눈을 비비면서 바쳤던 아침기도를 시작으로 추운 겨울에도 새벽미사는 무조건 참례해야만 밥을 먹을 수 있었고, 어떠한 일이 있어도 저녁기도에도 참석을 해야만 했던 그 당시의 모습을 비춰보면 구체적이고 거창한 성소 동기가 없더라도 자연적으로 성직자 수도자가 되기에 충분했었다.
다소 고지식했다고도 할 수 있는 어르신들의 신앙생활이 지금의 한국교회를 일구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중년이 된 신자들은 그 당시를 떠올리면서 부모들의 신앙생활에 깊은 존경과 함께 고마움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1984년 선교 200주년을 계기로 급속히 증가하던 교세가 2002년 말 현재 신자증가율이 2%대로 떨어졌고 더욱이 유아세례자 역시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저출산이 원인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예전에 비해 유아세례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결과이다.
또한 영세율은 감소했는데 오히려 냉담자는 배로 증가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전체신자의 26.5%만이 미사 참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성직자 수도자 역시 계속해서 배출되고 있지만 예전에 비하면 많이 감소한 실정이다. 갈수록 성소를 찾는 그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성소동기 부여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가정이 올바른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된다.
분명 성직자 수도자의 길은 고통의 길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이 길을 혼자서 가기란 어렵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첫째는 젊은이 자신의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다음으로 가족의 헌신과 기도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본당신자들의 관심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본당마다 성소후원회가 조직돼 있지만 여기에 관심을 두는 신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내 자녀를 성소의 길로 보내지 못했지만 주님의 부르심에 「예」라고 응답한 성소자들을 위해 기도는 물론이요, 물적인 도움을 아끼지 말아야겠다. 아주 적은 것이라도 이들을 위해 쓰여질 때 하느님께서 분명 보시기에 「좋다」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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