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신문과 방송을 통해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에 해당되는 경남 양산의 천성산에 터널 굴착공사를 반대해 환경단체 등이 그곳에 서식하는 도룡뇽을 대신하여 고속철도공단을 상대로 공사착공 가처분 신청을 했으며, 이에 대해 법원은 자연물인 도룡뇽은 소송을 신청할 권리가 없다고 결정하였다는 소식을 접한 바 있다.
이 사건을 접하면서 우리 인간에게 자연에 존재하는 생물들이 자기의 권리를 주장한다면 어떻게 될까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만일 어느날 자연이 우리에게 『귀하가 금년 한 해 동안 자연을 이용한 요금을 청구하오니 지불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청구서를 보낸다면 우리는 얼마를 지불하여야 할까?
이를 돈으로 평가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나 자연이 없을 때를 가정하여, 현재 자연이 담당하고 있는 여러 가지 기능들을 인위적으로 유지하기 위하여 소요되는 경비를 산출할 수 있으며, 미국의 코넬대학교 연구팀과 국립 산림과학원(전 임업연구원)에서 발표한 내용을 통해 추측할 수 있다.
미국의 코넬대학교 연구팀들에 의하면 자연이 인간에게 베푸는 최고의 서비스는 쓰레기 처리로서, 자연이 분해하는 유기물 쓰레기를 인공적으로 분해할 경우 7600억 달러(약 900조원)의 경비가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황무지에 풀을 돋게 만드는 등 생태군집의 자연이동으로 연간 5000억 달러(약 600조원), 토양을 기름지게 해 주는 데 250만 달러(약 30조원),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알려진 이산화탄소의 감소에 135만 달러(약 16조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인간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연은 곡식에 영양 공급, 자연적 해충 제거, 사냥과 레저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러한 자연이 인간에게 베푸는 혜택은 총 2조928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는데, 이는 2003년도 우리나라의 예산인 약 960만 달러(약 115조원)의 몇 십년치에 해당하는 천문학적 금액에 해당된다.
국립 산림과학원에서는 200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산림(숲) 면적이 643만ha이며, 이들이 갖는 공익적 기능으로서 물을 저장하여 한꺼번에 흘러가는 것을 막아 홍수의 피해를 예방하고, 인간생활 및 산업에 필요한 물을 서서히 공급하는 수원함양기능,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생산하는 대기정화기능, 식물의 뿌리 등에 의해 비가 올 때나 물이 흘러갈 때 토사가 유출되는 것을 막아 주는 토사유출.붕괴 방지기능 등이 있다.
또한 울창한 숲은 풍요롭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며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 주는 산림휴양기능, 떨어진 빗물이 산림토양을 통과하며 이화학적 과정을 거쳐 정화돼 맑은 물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산림정수기능, 야생동물에게 서식처를 제공하고, 야생조류가 해충을 포식함으로써 농작물에 끼치는 피해를 줄여주는 등의 야생동물보호 기능도 한다. 이를 금액으로 평가하면 49조9500억원에 해당된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이는 산림(숲)으로부터 국민 한 사람당 1년에 약 106만원의 혜택을 무상으로 받고 있는 셈이 된다. 그러나 소음방지기능, 기상완화 등의 환경가치와 문학, 예술, 교육, 종교 등의 문화가치를 포함하면 사실상 산림으로부터 받는 혜택의 총가치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는 아무 조건없이 누군가 간단한 식사를 제공하였다면 고마움을 표시하는 등 상대방이 나를 위해서 무언가를 하였을 때 감사의 표현을 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자연이 우리에게 엄청난 금액의 혜택을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는데, 그 고마움을 얼마나 인식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은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더 커 질 수도, 작아질 수도 있다. 또한 자연은 우리의 후세들에게서 빌려 쓰고 있는 것으로서, 편리함 추구와 소홀함, 무관심으로 자연을 소중하게 대하지 않는다면, 이는 우리 자녀들이 떠안아야 할 부담이 될 것이다.
『자연이 제공하는 서비스 금액이 적어질수록 인간도 가난하게 된다』라는 코넬대학교 피멘텔 교수의 말을 기억하며,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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