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은 항상 가까이에 있는 것 같다. 어렸을적 썩 가난하지도 부자도 아니었지만 초등학교 6학년때 무척 가난할 때가 있었다. 아버지는 건강상의 이유로 퇴직하셨고 어머니는 전업주부로 집에 계실 때였다.
그래서 그해 봄날의 소풍은 나를 무척이나 서글프게 하였다.
쌀은 커녕 보리쌀도 없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쌀집으로 외상을 나가셨고 우울한 표정으로 돌아오셨다. 한되도 꾸어오지 못하셨다. 나는 그 어린맘으로 가난이라는 것은 우울한 것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다음날이 문제였다. 처음으로 소풍을 가지말아야 되겠다고 다짐하였는데 내 짝궁이 집으로 찾아왔다. 같이 소풍가자고 찾아온 것이다. 그런데 그 친구도 무척 가난하였는지 보리밥과 김치가 전부였다. 친구의 간곡한 부탁으로 소풍을 따라나섰다.
그 흔한 과자나 음료수나 과일이나 돈도 없이 빈손으로 말이다. 오락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어 난 그 친구와 함께 한쪽 소나무귀퉁이에 앉아 그 친구의 도시락을 나누어 먹었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이 모여앉아 나를 보고 수근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쥐구멍이라도 있었으면 숨고 싶었다. 얼마나 비참하고 슬프던지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그 보리밥이 싫어서 난 지금도 보리밥을 잘 먹지 않는다. 요즘엔 건강상의 이유로 웰빙문화가 유행하고 있지만 진정 가난한 이들의 식탁을 생각해 본적은 있는가!
TV나 신문에는 온통 좋은 식품을 먹어야만 할 이유로 가득차 있다. 하지난 가난한 이들의 식탁이 얼마나 초라한지, 그리고 얼마나 그들이 고통받고 있는지 알아야 할 것 같다. 정말 가난하고 소외받는 친구들이 우울하고 비참한 소풍을 가지 않도로 우리가 주위를 둘러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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