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드리아나」라는 세례명을 가지고 불교법인에서 운영하는 한 어린이집에 근무하고 있다.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성당에 다니며 나름대로 독실한 신앙생활을 한 가톨릭신자이지만 근무하는 곳의 특성상 누구보다도 불교라는 타종교와 맞닿는 시간이 많은 편이다.
불교법인 어린이집서 근무
매년 동대문운동장에서부터 조계사까지 이어지는 부처님 오신 날 연등행사에 참여하고 1년에 한 두 번 정도 법인 직원들이 모여 법회를 드리기도 한다. 휴일에도 출근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기도 하지만 타종교 행사라는 새로운 경험이 신선하기도 하다.
어린이집에 이력서를 냈을 때 「종교」 란을 어떻게 채울까 고민도 했다. 「불교 법인에 내는 것이니까 불교라고 쓸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왠지 유다가 되는 듯한 기분이 들어 가톨릭이라 채워 넣었다.
개신교 신자였던 한 직장동료는 종교문제로 퇴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난 「참 좋은 인연」이라는 말처럼 아무 탈(?) 없이 3년째 어린이집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스님 한 분이 부처님 오신 날 기념 특별 법문을 하셨는데 법문 중 이런 구절이 있다.
「작은 나를 버려야 큰 행복을 이룹니다」
말씀처럼 타종교 신자라는 색안경으로 배타적인 신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공유 할 것은 공유하고 나눌 것은 나누며 살아가도록 해야겠다.
매년 성탄절이면 조계사에 성탄축하 현수막이 등장하고, 부처님 오신날에는 서울 명동성당 옆 가톨릭회관에 부처님 오신 날 축하 현수막이 내 걸린다. 종교간 화합의 노력을 마음 속 깊이 느낄 수 있는 모습이다.
묵주반지 끼고 축하인사
특히 불교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나의 입장에서는 특정한 날 서로간의 작은 배려가 누구보다 가슴깊이 다가온다.
앞으로도 이러한 배려가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큰 행복을 이룰 수 있을 거란 믿음을 가진다.
이번 부처님 오신 날에도 나는 묵주반지를 끼고 불교신도들과 함께 축하인사를 나눌 것이다.
『부처님 오신 날! 마음을 다해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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