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6일은 전세계의 불자들이 경축하는 「부처님 오신 날」이다. 그리스도교에서 매년 성탄절이면 예수 그리스도가 인류의 구원을 위해서 세상에 오신 것을 기념하듯이 불교는 이날이 되면 깨달음을 통해 중생을 구제하시고자 하신 부처님의 탄생을 기념한다. 우리는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은 한국의 모든 불교 신자들에게 진심으로 경축의 인사를 전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톨릭과 불교가 다른 어느 종교인들보다도 서로에게 친밀감과 호감을 갖고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일이다. 그래서 「부처님 오신 날」이 되면 교황청을 비롯해서 한국 주교회의와 여러 교구장 주교들이 경축 메시지를 전하곤 한다. 뿐만 아니라 전국의 성당과 인근의 사찰들은 매년 정기적으로 교류를 하며 지역사회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하기도 한다.
한국사회는 다른 국가와는 달리 그리스도교뿐만 아니라 불교, 유교, 도교, 나아가 무속까지도 큰 갈등과 반목 없이 공존하고 있다. 정치 경제 군사적인 면에서 뿐만 아니라 종교 조차 분쟁의 명분이 되고 있는 오늘날의 세계 상황에서 볼 때 매우 모범적인 다종교사회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가톨릭과 불교는 다른 종교에 대한 열린 자세와 깊은 영성, 구도적인 자세에 바탕을 두고 서로를 존중하면서 자기 종교 안에 매몰되지 않고 인간의 가장 깊은 열망을 성찰하면서 사회와 세상을 위해 봉사해왔다.
가톨릭과 불교가 우리 사회 안에서 나누고 있는 이러한 화합과 협력의 자세는 다종교사회로서 우리 한국 사회의 종교인들에게 있어서 모범적인 사례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흔히 「문명의 충돌」로 언급되는 전세계적인 종교간 갈등의 해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러한 열린 자세에 있어서도 그리스도교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은 또 다른 하나의 과제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서는 이미 교황청과 한국 주교회의에서 나온 몇 가지 문헌들을 통해서도 표명이 된 바 있다.
하지만 국경과 문화의 벽을 넘어서, 종교와 종교인들간의 만남이 과거 어느때보다도 빈번해지는 오늘날 독단과 폐쇄적인 자세는 갈등과 분쟁의 씨앗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종교간의 대화와 협력은 더욱 절실하게 요청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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