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통에서 운영하는 학교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교육을 통한 종교의 사회적 기능이 얼마나 큰 것인지 깊이 체험하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개신교계 학교에서 십년 남짓 교육을 받은 필자의 경우도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인생관이나 가치관 형성에서 큰 영향을 받았던 그 시간들을 잊을 수가 없다.
교육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가 필요하다』는 말이 오늘날도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 여러 가지 사회 문제의 원인을 찾다보면 결국 교육 문제로 귀결된다. 자녀교육 문제로 이민을 고민하는 사람을 만나거나, 온 나라가 들썩거리는 입시철이 되면 가톨릭 신자들이 나서서 거시적인 안목으로 교육 문제만 제대로 해결할 수 있다면 교회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공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크리라 생각하게 된다.
오늘날 대학교육은 과거 엘리트 양성을 위한 소수 정예 교육의 의미보다는 일반 시민에게도 두루 혜택이 미치는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의미의 교육으로 확장되었다. 대학의 문턱도 훨씬 낮아져서 직장인이나 지역주민들을 위한 평생교육원과 특수대학원, 각종 단기교육과 연수, 특강 등 재학생의 범위를 넘어서 대중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지식사회 안에서 고등교육은 많은 사람들에게 열려 있고, 그만큼 대학과 기업이나 산업현장과의 연계성도 커졌다고 할 수 있다. 교수 개인의 대사회적 차원의 봉사도 많아졌고 부설연구소를 통한 연구 기여도도 높아졌다. 앞으로 일반 대중의 교육 수준은 더욱 높아질 것이고 평생교육의 개념은 더욱 보편화하여 언제라도 필요할 때 재충전의 기회로 활용될 전망이다. 선진국에서 볼 수 있듯 은퇴 후 무상교육의 장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머지 않았다.
가톨릭교회 전체를 생각할 때도 가톨릭계 대학을 가졌다는 것은 큰 가능성을 의미한다. 교회의 선교방식도 다양화되어 교회 문을 직접 두드리는 이들을 위주로 했던 직접 선교의 방식에서 문화 활동이나 신자 개개인이 시민으로서 활동하는 삶의 현장 안에서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복음화의 사명이 훨씬 커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가톨릭신자 중에 가톨릭대학교에 관심을 가지고 발전을 기대하는 분들을 별로 만나지 못했다. 심지어는 가톨릭계 대학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신자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내년이면 개교 150주년을 기념하는 가톨릭대학교는 또한 성신, 성심, 성의 세 교정을 통합하여 종합대학으로 발돋음한지 10년을 맞이하게 된다. 오로지 가톨릭 교육 이념을 지켜가기 위해 성심여자대학교란 간판마저도 뒷전으로 물리고 통합에 앞장선 성심교정 구성원들의 입장에서 보면 가톨릭계 대학의 필요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될 때 교회 구성원들이 마땅히 감당해야 할 대사회적 책임으로서의 교육적 사명을 등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섭섭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가톨릭 대학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교회 구성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첫째로 교회운영자들은 현대 지식 사회 안에서 대학의 기능과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인식하여 학교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활성화 방안, 연구소 활용 및 신자들의 가치관 제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교회는 학교 기관이 보유한 인적 물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본당 중심의 사목에서 한걸음 나아가 사회 문화의 복음화를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둘째로 신자들은 교회 구성원으로서 소극적인 수혜의 대상으로 머물 것이 아니라 평신도의 직분을 생각하며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인재 양성과 교육적 사명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이왕이면 신자 자녀들이 많이 입학하여 훌륭한 인성교육과 가치관 교육을 받게 될 때 학교 구성원의 자부심과 긍지가 높아질 것이고, 바람직한 기부 문화를 조성하여 충분한 시설투자와 교육 및 연구 기금이 확보될 때 경쟁력 있는 학교발전이 이루어지리라 생각한다.
오늘날 올바른 교육을 위해서는 학교, 가정, 교회, 사회가 긴밀한 연계를 가지고 협력체계를 잘 갖추어가야 하며 각각의 위치에서 교육적 사명을 다 하여야 한다. 교회 역시 복음의 정신이 세상을 변화시키기를 원한다면 개혁과 쇄신이 절실한 교육 현실에 신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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